국민의힘 총선 공천 심사 ‘경쟁력 질문’ 방식에 불만
타 정당 후보와의 경쟁력 조사
현역 프리미엄 줄어드는 대신
인지도 높은 정치 신인에 유리

중진 희생론도 다시 수면 위로

국민의힘 대구·경북(TK) 의원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국민의힘이 총선 공천 심사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경쟁력 여론조사 방식이 TK현역 의원 물갈이를 위한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데다 중진 희생론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현역 의원 물갈이 폭이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공천관리위원회는 지역구 공천을 신청한 예비후보를 대상으로 경쟁력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미 진행된 현역의원 컷오프(공천 배제) 조사와는 다른 것으로, 이번 조사는 지역구별 공천 신청자 전원의 경쟁력을 확인하는 차원이다.

조사는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진행되며, 성별·연령·거주지·지지 정당에 대한 응답을 물은 후 공천 신청자의 경쟁력을 확인한다. TK의원들이 현역 물갈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은 공관위가 설계한 경쟁력 확인 문항이다.

‘다음 인물들이 출마한다면 누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1번 국민의힘 현역의원, 2번 다른 정당 또는 무소속 후보, 3번 잘 모르겠다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공천을 신청한 국민의힘 예비후보 중 누가 나은지 묻는 게 아니라 각각 다른 정당의 후보에 대비한 경쟁력을 묻도록 했다.

실제 해당 지역구 국민의힘 공천 신청자가 A,B,C,D,E 등 5명이라면 A후보와 다른 정당 또는 무소속 후보 중 더 나은 사람을 선택하도록 하고, 나머지 후보들도 같은 방식으로 다른 정당 또는 무소속 후보와 비교한다. 국민의힘 텃밭인 TK지역의 경우 다른 후보를 이기는 격차가 큰 사람이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같은 방식은 변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지지자라면 모든 문항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고, 모든 후보의 경쟁력이 큰 격차 없이 당 지지율과 비슷하게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역 의원의 프리미엄이 줄어드는 대신에 인지도가 높은 정치 신인에게는 유리하다는 게 지역정치권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현역 의원들에게 보이지 않는 페널티를 주는 것”이라며 “이번 경쟁력 조사 방식은 TK의원들을 골라내기 위한 물갈이용 여론조사라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TK에서 컷오프 및 감산점을 받는 현역 의원이 최대 8명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번 경쟁력 여론조사를 통해 그 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나아가 중진 희생론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도 TK 중진의원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이미 당 지도부가 부산·경남 중진인 5선 서병수 의원(부산진갑)과 3선 김태호 의원(산청·함양·거창·합천)에게 공개적으로 험지 출마를 제안한 상태다. 특히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주류 희생론’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르면서 공천 과정에서 고강도 인적 쇄신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더 적극적으로, 더 많은 사람이 헌신해야 한다”며 “나도 불출마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우리 당이 국민을 위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선민후사와 헌신이 필요하다”며 “정말 치열한 승부의 장에 많은 실력 있는 분들, 중량감 있는 분들이 나가주시는 게 국민의힘이 국민으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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