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설 연휴를 이틀 앞둔 7일 저녁 KBS를 통해 신년 대담을 하며 국정구상을 밝힌다.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이 절실한 여권으로선 신년대담을 앞두고 초긴장상태다. 대담 내용과 이에 대한 여론 추이에 따라선, 신년대담이 국민소통보다는 불통 이미지를 더 굳히는 악재가 될 수 있어서다.

최대관심사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 수위다. 윤 대통령은 대담 녹화 전 “어떤 질문이든 다 받겠다. 내 생각 그대로 솔직히 말하겠다”며, 예상 질문·답변지를 작성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의혹을 없애기 위한 조치다. 일단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해선, 김 여사가 가방을 받게 된 경위를 비롯해 그동안 제기돼왔던 국민적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심이 가는 부분은 ‘몰카 공작’과 ‘함정 취재’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아니면 직접 유감을 표명하며 부정적 여론에 대한 돌파구를 모색할 지 여부다.

지난 5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37.3%로 상승하긴 했지만, 지난주(2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선 29%까지 떨어지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총선 민심이 굳어지는 설 명절이 바로 코앞이라 여권으로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여론추이다. 부정평가 요인은 ‘경제·민생·물가’가 19%로 앞 순위를 차지하지만 ‘소통 미흡’(11%)과 ‘독단적·일방적’(7%), ‘김건희 여사 문제’(6%)’등도 주요원인으로 꼽혔다.

국내외 복합적인 요인이 얽힌 경제문제는 해법을 찾기가 어렵겠지만, 국민소통 등 기타 문제는 대통령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명품백 문제만 하더라도 김 여사가 함정취재의 피해자인 건 확실하지만, 국민들은 대통령의 솔직한 설명을 듣고 싶어 한다. 이런 측면에서 대통령이 KBS와의 단독대담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방식은 문제가 많다. 당장 이번 신년대담으로 인해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을 상대로 한 신년 기자회견은 무산돼 버렸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약 1년 6개월간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작년 새해에는 조선일보 단독 인터뷰를 통해 국정 운영 구상을 밝혔다.

물론 좌파언론의 편향된 질문과 예기치 않은 돌출행위가 껄끄러울 수 있고, 경호상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사전 녹화방식의 신년대담은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오히려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담 준비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방송사 측 질문을 여과없이 수용했다고는 하지만, 녹화방송은 질문과 답변의 민감성을 편집으로 걸러낼 수 있어 리스크 관리를 했다는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당장 민주당이 “사전에 각본을 짜고 사후 편집이 가능한 녹화 대담은,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하겠다는 것”이라며 비판하지 않는가. 대통령직은 좌파든, 우파든 모든 국민을 포용해야 하는 자리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