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4년 전처럼 ‘위성정당’ 이름이 길게 적힌 투표용지를 다시 보게 됐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 현행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고, 위성정당 창당 계획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국회 과반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밀어붙이면 누구도 막을 방법이 없다.

민주당은 그동안 준연동형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놓고 내부 의견이 팽팽히 갈려 결론이 나지 않자, 이재명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했고, 이 대표는 지난 5일 긴급 기자회견 형식으로 준연동형 유지와 범야권 위성정당 추진 방침을 발표했다.

준연동형 비례제는 전체 300석 중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에 못 미칠 경우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준연동형 선거제가 처음 실행된 2020년 총선 때는 정당 35곳에서 312명이 비례 후보로 등록해, 투표용지가 48.1㎝에 이르렀다. 김의겸·윤미향·양이원영 의원과 최강욱 전 의원 등이 위성정당 출신이다. 이번 4·10 총선에서도 이미 돈봉투 혐의로 구속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감옥에서 ‘정치검찰해체당’이라는 비례정당을 만들었고, 입시 비리로 1심 유죄를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위성정당 창당설도 나와 총선이 ‘야바위판’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커졌다.

위성정당 금지는 이재명 대표의 지난 대선 공약이었다. 그동안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 회귀를 시사했던 이 대표가 공약을 어기면서 준연동형 유지를 택한 것은 차기 대선까지 바라본 표 계산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적 의사가 충분히 반영돼야 할 선거제가 야당 대표 혼자서 갑자기 결정한 모습은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정치행태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5천만 명이 큰 영향을 받을 선거제를 이재명이라는 한 사람 기분에 맞춰서 정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이 대표가 대국민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사실을 기억하면서 투표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