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시간 저녁 7~9시로 바꾸고
4대 봉사는 2대로, 합사도 늘어
‘정성’에 의미 시대에 맞게 추모

진성이씨 노송정 종택 설 차례상.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이 설날을 앞두고 조상 제사의 변화 양상을 살펴보기 위해 안동지역 40개 종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사문화가 바뀌고 있는 가운데 안동지역 종가들도 이런 변화의 흐름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부모·조부모·증조부모·고조부모까지 제사를 모신다. 이를‘4대봉사’(四代奉祀)라 한다. 종가에서는 보통 4대봉사와 불천위 제사, 설과 추석 차례 등 평균 연 12회의 제사를 지내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4대봉사를 그 대상으로 삼았다.

◇변화를 시도하는 오늘날의 종가

조상 제사는 밤 11~12시에 지내는 것이 전통적 관행이다. 그런데 조사에 따르면 40개 종가 모두 저녁 7~9시로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사시간의 변화뿐만 아니라, 부부의 기제사를 합쳐서 지내는 합사(合祀) 방식도 등장했다. 기제사는 고인이 돌아가신 날을 기준으로 각각 지내는데, 남편의 기일에 부부를 함께 모시고 부인의 제사는 생략하는 방식이다. 이는 잦은 제사로 인한 경제적·시간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조사 결과 40개 종가 가운데 약 90%에 달하는 35개 종가에서 합사 형태로 바꾼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4대봉사를 3대봉사, 2대봉사로 바꾼 사례도 11개 종가인데, 이 가운데 10개 종가가 조부모까지의 2대봉사로 변경했다.

◇제사, 시대에 맞게 기억하고 추모하기

‘시례(時禮)’라는 말이 있다.‘시대 상황에 적합한 예법’이라는 뜻이다. 조상 제사의 지침을 마련한 ‘주자가례’와 조선의 예학자들도 제사는 주어진 상황에 맞게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결국 조상 제사의 본질은 조상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마음이다. 그러므로 바람직한 조상 제사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정성을 다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