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지난 1월 25일부터 26일까지 제1회 한국현대문학자대회가 개최됐다.

이번 대회는 단순한 학술대회가 아니라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이 만든 것이다. 이것은 각자도생의 삶을 넘어서 새로운 학술제도 및 문화를 수립하겠다는 공동선언에서 알 수 있듯 대한민국 일반의 문제를 공유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도 이번 대회에 작은 힘이나마 함께 하며 2주에 한 번씩 온라인 회의를 하는 강행군에 동참했다. 처음 줌 회의에 참석했을 때 참여자의 다수가 나보다 어린 것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대회 첫째 날 논평자로 대회장을 찾았다. 내가 논평을 맡은 세션이 되어 앞쪽 무대로 나가서 대회장 전체가 시야에 들어오자, 객석의 2/3 이상이 나보다 어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때야 내가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어느 학문 공동체나 직급과 성별, 지역에 따른 위계가 존재한다. 그 위계란 공동체 구성원 스스로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50대 중반 이상의 남성 전임교수가 만든 것이다. 나는 경험적으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대회에 참석한 나보다 어린 후속세대를 눈앞에서 바라보니 ‘50대 이상’ ‘남성 교수’라는 대상을 여전히 겨냥하는 것은, 동조자의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 나도 후속세대가 아니라 기성세대라는 현실을 잊고 있었던 탓이다. 수많은 후속세대가 보기엔 나도 지금의 위계를 만들어 낸 사람일 뿐이다.

2월 7일 우리 대학의 총장 선거를 앞두고 후보마다 다양한 공약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교수, 직원 등 투표 당사자의 마음을 사는 정책이 가득하다. 신임 교수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정책도 빠지지 않는다. 4년 전 총장 선거 당시에도 신임 교수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정책이 발표되었지만, 뭐 하나 바뀐 것은 없다. 의사결정을 하는 당사자는 신임 교수가 아니고 보좌진은 결정권자의 심기를 건들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분주하다. 양당 정치를 끝장내겠다는 제3지대가 얼마나 정치적 파급력을 갖게 될지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 ‘올드보이’의 귀환이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젊은 초선 의원들은 연달아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예비후보 가운데 20~30대는 4.2%, 40대는 13.5%에 불과하다. 젊은 정치인을 배출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정치구조를 비판하며, 기성 정치인의 양보(?)를 기대하는 것은, 지금의 현실이 증명하듯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기존 공동체의 문법을 벗어나려는 문제의식을 공유한 사람들의 연대다.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한 사람들이 모여서 현대문학자대회를 개최했다. 나를 포함한 40대는 중간 세대로서 기성 문법에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과감히 새로운 공동체 구축을 위한 노력을 할 것인가라는 갈림길에 서 있다.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의사결정권자 탓만 하는 방관자가 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