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란 경상북도간호사회 이사 구미대 간호대학 학장
코로나 사태로 우리들의 일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람들에게 집단관계서의 일시적 해방감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장기화가 되면서 소통의 단절과 개인적인 고립감을 유발하는 등 큰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개인적인 고립감 등으로 생긴 불안과 우울증은 코로나 사태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나서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와 관련된 신조어들에서도 잘 드러난다.

코로나 사태와 관련된 신조어 중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한 기분(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 사태로 급격한 일상생활의 변화를 겪는 개인이 경험하는 우울감, 고립감 및 위축 등을 뜻한다.

코로나 블루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격리로 인한 단절, 소득 감소 및 실직, 질병에 대한 불안감, 돌봄 체계 마비로 인한 돌봄 부담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코로나 블루를 방치해 둔다면 사회 여러 영역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1년 실시한 ‘사회·경제적 위기와 사회통합 실태조사’ 결과에서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느끼는 고립감이 얼마만큼 심해졌는지 알 수 있다.

이 조사에서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야기 나눌 사람이 있다’는 응답은 2017년 91.5%에서 89.5%로 ‘아플 때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응답은 83.6%에서 78.5%로 각각 떨어졌다.

다수의 정신건강 관련 조사결과에서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재난은 인간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1인 가구, 노인 등 스트레스에 대처할 자원이 부족한 관계취약계층은 더 큰 타격을 받는다.

관계취약계층은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불필요한 대면 자리를 피하고 자신의 세상 속에 몰두해 친밀한 대인관계에서의 어려움을 겪으며 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관계취약계층과 같이 단절되고 고립된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건 바로 사람에 대한 관심과 따뜻함이다.

그들에게 감정을 다치지 않는 소통으로 최선의 상황을 만드는 그 역할의 중심에는 바로 간호사가 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의 근원은 결국 소통의 문제다.

4차 산업시대의 보건의료 패러다임은 급변해지고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의료현장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관계와 소통을 통한 돌봄을 실천하는 간호행위는 로봇이 대신할 수 없다.

간호사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신체적 불편함을 돌보는 직업은 아니다. 간호사의 많은 역량 중 소통과 공감 능력은 관계취약계층 돌봄에 중요한 포인트를 제시한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실태조사에 의하면 지난 5년간 우울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총 436만명에 달하고, 그 수는 2017년 69만명에서 2021년 93만명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역별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상담 건수 역시 크게 늘어, 2019년 87만건이던 상담 건수는 2021년 상반기에만 101만건을 기록했다.

이는 관계취약계층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로 가기 위한 간호사들의 돌봄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반증이다.

지금도 간호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성을 다해 돌봄을 실천하고 있다. 간호사라는 직업에 내포되어 있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온정을 제공하는 것은 간호사이기에 가능한 간호사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주저하지 않고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의 건강한 소통을 위해 달려갈 준비를 지금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