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서도 로켓배송’ 온라인 강자 굳힌 쿠팡…달라진 유통업계 양상

새해 벽두부터 유통가가 분주히 달리고 있다. 특히 온·오프라인 경쟁에서 치킨게임을 불사했던 이전과 달리 유통업체들은 각자의 개성을 살려 차별화된 경쟁력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른바 ‘이마롯쿠’로 불리는 이마트, 롯데, 쿠팡 ‘유통 빅3’가 둔화되고 있는 유통시장 경쟁에서 본연의 매력을 살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신세계는 경기 수원에 스타필드를 개장, 본업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롯데는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쿠팡은 온라인 강자의 영역을 더욱 확대해 지방으로 로켓배송에 나섰다.

그동안 수많은 경쟁 업체들이 쿠팡의 로켓배송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쿠팡의 로켓배송은 온라인 배송시장에서 허물기 힘든 견고한 성벽이었다. 쿠팡은 더 나아가 수도권에 한정됐던 로켓배송 서비스를 전국 도서·산간·소도시로 확대한다.

 

쿠팡카가 산골짜기 마을로 배송나가고 있다./쿠팡 제공
쿠팡카가 산골짜기 마을로 배송나가고 있다./쿠팡 제공

30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강원도 폐광촌을 비롯한 인구소멸 위기의 지역까지 로켓배송에 나선다. 이번에 추가된 지역은 강원 강릉·동해·삼척과 경남 통영·사천, 경북 안동·영천·영주·경주, 전남 영암, 전북 김제, 충남 공주·논산·보령·예산, 경기 가평 등 16곳이다.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및 관심 지역이 포함돼 있다. 이에 더해 쿠팡은 경남 거제·진주와 전남 순천·여수·목포·나주, 충북 음성·증평·진천 등 지방의 여러 시군구 지역을 포함해 읍면동 지역으로도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로켓배송 서비스 확대와 관련, 쿠팡 관계자는 “‘생활필수품 볼모지’인 지역의 고객들은 멀리 장을 보러 나가거나, 추가 도서·산간 배송비를 물지 않고 무료 로켓배송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지난 2014년 문을 열었다. 6조2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자해 속칭 ‘쿠세권(쿠팡+역세권)’을 형성한 쿠팡은 쿠팡의 아성을 무너뜨리려는 경쟁업체들의 다양한 배송 체계에도 불구하고 260개 시·군·구 중 182곳에 진출해 견고한 입지를 자랑하고 있다. 명불허전 서비스로 평가받는 로켓배송이 도서 산간지역까지 확대됨에 따라 지역민들은 더욱 편리하고 빠르게 원하는 물품을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새벽배송 등 배송 시스템을 확장하며 온라인 고객 유인에 열중했던 신세계는 최근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는 모양새다. 오랜 시간 유통업계에서 오프라인 강자로 자리해 온 신세계는 지난 26일 경기 수원에 MZ세대들이 선호하는 브랜드가 대거 입점한 ‘스타필드’를 개점해 눈길을 끈다. 개장 첫날에만 9만533명이 스타필드를 찾았고, 주말인 27~28일에는 25만명의 인파가 몰린 것으로 알려진다.

 

27일 오픈 첫 주말 스타필드 수원/SNS출처
27일 오픈 첫 주말 스타필드 수원/SNS출처

수원에 개점한 스타필드는 기존 1세대 스타필드에서 한 차원 진화한 ‘스타필드 2.0’을 표방한다. 연면적 33만㎡으로 수원 최대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수원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쇼핑이 친숙한 MZ세대들에게 차별화된 고객 경험과 서비스를 선사하겠다는 취지로 공간을 구성했다.

스타필드는 하남과 서울 코엑스, 고양·안성 등 수도권에만 7곳이 있으며, 비수도권의 경우 부산 ‘스타필드시티 명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신세계는 이마트도 올해 최소 5개 이상의 점포 용지를 확보하고 신규 출점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마트의 마지막 신규 점포는 2021년 개점한 전주 에코시티점으로 새로운 이마트는 2025년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고덕비즈밸리점’(가칭)으로 개점될 예정이다.

신세계의 이같은 행보는 본업에 충실하자는 전략으로 회귀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평가다. 실제 신세계는 지난해 9월 정기임원인사와 조직개편 후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과의 출혈경쟁을 이어가는 대신 본업인 오프라인 강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롯데마트 간다리아점./롯데마트 제공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롯데마트 간다리아점./롯데마트 제공 

그런가 하면 롯데는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베트남 하노이에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개점했다. 해당 쇼핑몰은 최근 방문객 수가 500만명을 돌파했고, 개점 122일 만에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다.

이어 롯데마트는 지난 28일 리뉴얼을 통해 인도네시아 간다리아점을 ‘그로서리 전문매장’으로 재단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식료품 매장 면적을 기존보다 20% 늘려 전체의 80%까지 확대했고, 직영 베이커리 ‘풍미소’, 자체 피자 브랜드 ‘치즈앤도우’ 등 간편식 매장과 개방형 주방(요리하다 키친)도 구비했다. 이밖에 500종 이상의 라면·면제품을 소개하는 ‘누들존’, 어린이를 위한 ‘월드 초콜렛 캔디존’ 등 특화 매장도 마련하는 등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마트는 올해 4분기 중 인도네시아 말랑 지역에도 새 도매 점포를 개점할 예정이며, 2022년 매출의 12.5% 수준인 해외 사업 비중을 올해 38%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이마롯쿠’ 행보에 대해 “롯데의 해외 진출은 이미 포화시장인 국내 유통업체 대신 새로운 시장에서 활로를 개척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신세계의 오프라인 강화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완화가 더해지며 성과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쿠팡은 그동안 소비자들의 요청이 이어졌던 로켓배송 지역 확대를 통해 독보적인 배송체계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