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교직을 떠난 후 얼마간 무언가 모를 우울증이 있는 듯하여 ‘제2의 밝은 삶’을 사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천천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갖자고 마음을 잡았다.

책도 많이 읽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나름대로의 취미생활도 해보지만 무엇보다 대화의 상대가 줄어들었으니 웃음이 줄었다. SNS에 많이 떠도는 말이 생각났다.‘자주 웃어라. 혼자서 거울과 대화도 하며 웃는 연습을 하라.’그래서 요즈음 혼자 운전할 때는 차 안에서 큰 소리로 웃고, 집에서는 거울을 보며 소리 없이 표정으로만 크게 웃곤 한다. 그러면 참으로 기분도 좋아짐을 느낀다.

자주 거울을 보게 되면서 내 얼굴이 조금 이상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세수할 때만 거울을 잠깐 볼 뿐이었는데 요즘 자주자주 보니 주름살도 많아졌고 살도 많이 빠졌다.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실감한다.

그뿐 아니다. 얼굴 모양이 좀 이상하다. 바르지가 않다는 것이다. 그냥 자연스레 힘 빼고 보면 얼굴이 삐딱하니 왼쪽으로 기울었다. 따라서 목과 윗몸도 왼쪽으로 기울어졌다. 바로 하면 두 눈썹 선과 입술선이 평행이 아니다.

눈썹을 수평으로 하면 입부분이 왼쪽으로 올라가니, 턱을 오른쪽으로 조금 움직여야 콧날과 인중, 그리고 입술의 중심이 맞는다.

원인을 생각해 보았다. 아! 그래. 40년 이상을 교단에 서서 분필로 칠판에 글씨를 써왔지. 나의 전공이 전기공학, 그중에서도 이론 과목이 많아서 수학공식으로 문제를 풀고 복잡한 회로를 그렸다 지우며, 인문 계통과는 달리 말로만으로는 강의가 안 되는 분야다. 분필을 쥔 오른팔에 힘주고 몸을 반쯤 학생들을 향해 비틀고 방정식을 풀어가며 입으로 설명을 해야 하니, 자세가 왼쪽으로 기울고 턱이 돌아가게 된 것이리라. 한번 강의에 칠판 서너 번은 지우게 되니 오랜 시간 반복적인 몸짓이 나의 얼굴을 살짝 비틀어 버린 것이다. 이것을 신체기억(Body Memory)이라고 하던가. 나의 인생에는 ‘세월의 흔적’이리라.

그래서인지 최근 치과에 가서 임플란트를 하면서 검사해보니 이빨도 아래위가 잘 맞지 않고 음식도 한쪽으로만 씹었던 흔적이 보인단다. 그러고 보니 오래전부터 자세도 삐뚤었던지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을 때 나는 바르게 한다고 자세를 잡았는데도 사진사는 자꾸 교정을 해주었던 일이 기억난다.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고 했던가. 위의 사실을 미루어보아 ‘습관이 바뀌면 몸도 외모도 바뀐다.’고 할 수 있겠지. 그러면 얼굴이 바뀌고 걸음이 바뀌어 상(相)이 바뀌었으니 나의 운명도 바뀌었다는 말인가. 어디 외모뿐이랴, 신체의 각 기관과 생각하는 틀과 성격도 바뀌었겠지.

오랜 세월 반복된 비뚤어진 자세가 나의 얼굴과 뼈를 불균형으로 바꾸어 버렸음을 깨닫고 몸에 남은 세월의 흔적은 지울 수 없겠지만 이제까지 잘못된 일상의 행동과 몸짓, 보고 듣는 관점을 고쳐서 바른 자세와 자신을 낮추는 배려로 남은 인생을 잘 갈무리하여 건강한 삶을 살아가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