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정면충돌이 일단 봉합수순에 들어갔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자중지란이 몰고 올 후폭풍을 두 사람 모두 걱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두 사람 사이에 놓인 근본문제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갈등불씨는 살아있다. 근본문제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논란과 김경율 비대위원에 대한 후속조치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지난 23일 충남 서천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상경하는 기차에서 1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눴지만,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이나 김경율 비대위원 거취 문제 등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못했다. 기차에 두 사람 외에 국회의원, 장관, 대통령실 참모 여러 명이 있었기 때문에 민감한 정치 얘기가 오갈 상황이 아니었다고 한다.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해법을 내놓는 것이 맞다. 영부인 문제가 총선쟁점으로 굳어진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언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후폭풍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야권과 진보진영 언론들은 더 집요하게 이 쟁점을 물고 늘어질 것이다.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 수수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이 넘어갈 경우 문제의 동영상을 본 유권자들이 총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물론 ‘몰카 손목시계’를 차고 스파이 같은 행위를 한 재미목사에게 당하긴 했지만, 김 여사가 미끼인 가방을 즉시 돌려주지 않고 받는 동영상 모습은 지울 수 없는 팩트다.

한 위원장으로서도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해 마냥 침묵을 지킬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예민한 총선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4·10총선의 사령탑인 한 위원장을 지원하고 자율성을 존중해줘야 한다. 만약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에서 과반수 획득에 실패하면, 명품백 논란은 선거 이후에도 내내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족쇄가 될 것이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머리를 맞대고 하루라도 빨리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