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나는 주식 투자자다. 시작은 2016년 여름 아내가 첫째를 임신했을 때였다.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는 무게감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연봉에 주식 공부를 했다. 학업을 이어가는 와중에 틈틈이 공부하며 소소한 수익을 올리기도 했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는 어려웠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2020년 코로나19 국면에서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 불었고, 내가 다시 투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생겼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세계적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각 국가가 돈 푸는 장면을 목격하며 ‘양적완화’ 개념을 알게 된 것이다.

양적완화란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서 경기를 살리는 정책을 말한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미국은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으로 경제위기를 해결하고자 했다. 우리나라도 금리를 낮추고 코로나 지원금을 국민에게 주었다. 실물경기는 죽어가는데 주식시장이 활활 타오르는 현상에 일부는 의구심을 표했지만, 사실 이것은 경제원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하지만 자산가치의 상승이란 달콤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2022년 통화량의 증가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증명되자 금리는 급등했고 자산가치는 하락했다. 최근 20년 통화량 그래프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금방 알게 되는 진실. 현금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명제를 깨닫자, 결국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

지난 1월 17일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거래소를 찾아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거래세 완화 등을 발표했다. 과도한 세금을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만드는 주범으로 지적하고 자본 시장을 통한 국민 자산 형성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공매도 폐지, 대주주 양도세 상향 등 주식 투자자들을 위한다는 정책까지 고려하면, 서민의 자산 형성을 돕겠다는 말에 담긴 진심은 어느 정도 사실일지 모른다. 대통령은 증권시장이 국민과 기업이 상생하는 장이며 금융을 통해 기업과 노동자가 상생할 수 있다는 말도 그럴듯하다.

그런데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날에 한국 시장은 2% 넘게 하락했다. 새해 들어 일본 시장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한국 시장은 급락했다. 대통령의 주가 부양 정책에도 한국 시장이 오히려 역행하는 것은, 뒤집어 말해 대통령이 언급한 정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지 못한다. 다만 기획재정부에 있는 경제 전문가들이 나와 같은 질문을 던지지 않았거나 외면했다는 사실은 알 수 있다. 나는 선생으로서 삶에 충실해도 두 아이를 키우는 것에 별 무리가 없다면, 굳이 투자자가 되고 싶지 않다. 하지만 투자를 권하는 대통령의 말을 듣건대 그런 삶은 더 이상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모든 국민을 투자자로 만드는 지금 이 길이, 아니 근본적으로 돈을 풀어서 경제를 살리는 방법이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