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대표단 'CES 2024' 참관기

김장호 구미시장이 국제전자제품박람회 행사장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구미시 제공
김장호 구미시장이 CES에서 구미시의 부족한 정책에 대해 실무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구미시 제공

구미시는 미국 투자유치·경제교류 활동을 위해 김장호 구미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지난 7일부터 15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덴버, LA를 방문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참관, 투자 타깃기업 방문 및 현지 경제교류 활동 등을 펼쳤다. 이 기간 구미시 대표단은 단순히 CES를 참관한 것에 그치지 않고 구미시의 부족한 정책은 무엇인지, 세계적인 경제 추세와 앞으로 추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해 상세히 살펴봤다. 또 미국 현지의 세계적인 기업과 투자 타깃기업을 방문해 좋은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구미시 대표단이 미국 방문을 어떻게 준비했고, 어떠한 성과와 과제를 안고 왔는지 살펴봤다.

 

작년 10월부터 대기업 부스 투어 
현지기업 방문 등 ‘만반의 준비’

하루 3만보 가량 고된 행보에도
참관·간담회·협약 등 일정 소화

특수분수 디자인기업 WET사와
관광인프라 조성사업 논의 성과
로봇산업 선도기업 4개 기업과
생태계 구축 업무 협약 체결도

하루 일정을 마친 기업투자과 직원들이 호텔 숙소에 모여 시장 지시 사항과 다음 일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락현기자
하루 일정을 마친 기업투자과 직원들이 호텔 숙소에 모여 시장 지시 사항과 다음 일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락현기자

□ 두 달 전부터 준비한 CES 참관

매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Consu mer Electronics Show)는 독일 IFA(국제가전박람회), 스페인 MCW(세계 모바일 전시회)와 함께 세계 3대 IT전시회로 꼽히며 IT산업을 중심으로 자동차, 우주항공, 식품 등 다양한 산업을 넘나드는 최신 기술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3천500여 기업이 참여했으며 국내에서도 현대, 삼성, SK, LG 등 주요 대기업이 대거 참가했다.

구미시는 CES에 참관하기 위해 작년 10월말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대표단 구성과 함께 CES 참관 예약을 미리 해야했다. 구미공단에 위치한 삼성과 LG 등의 대기업 부스 투어를 위한 준비도 해야했다. 많이 이들이 CES 부스 방문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CES 기간이 9일부터 12일까지 짧은 기간만 운영되다보니 부스를 마련한 기업입장에서는 VIP투어를 위한 시간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 이러한 사항을 잘 알고 있는 구미시 기업투자과 직원은 사전에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LG전자, 삼선전자 측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부스 투어를 성사시켰다. 호텔 예약도 쉽지 않았다. CES에 약 13만명 이상이 참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예약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전체 일정과 통역을 담당하는 지미란 주무관이 매일 새벽 3시(미국 시차 때문)에 나와 이메일과 전화로 호텔과 교통편 예약을 하지 않았다면 대표단의 미국 일정은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김장호 구미시장이 CES에서 구미시의 부족한 정책에 대해 실무자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고 있다. /구미시 제공
구미시 대표단에게 WET사 타냐 에버디지인 최고인사관리자가 디자인 실무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구미시 제공

□ 글로벌기업 WET사 방문

구미시 대표단은 미국 방문 기간 로스엔젤레스에 위치한 특수 분수 디자인 시공 전문 글로벌 기업 WET(Water Entertainment Technologies)사를 방문했다. 1983년 설립한 WET사(CEO 마크 풀러)는 물을 이용한 시설물들의 디자인부터 시공까지 하는 모든 공정을 자체적으로 하는 회사로, 20개국 이상에 특수 분수를 디자인·시공했으며, 60개 이상의 특허와 지적 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대표단이 WET사를 방문하게 된 것은 이 회사가 디자인·시공한 벨라지오 분수(1998년 완공), 두바이 분수(2021년), 싱가포르 창이공항 분수(2019년) 등을 본적이 있는 김장호 구미시장의 권유 때문이었다.

이에 지미란 주무관이 이메일로 WET사에 방문의사를 보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작년 10월 초 다른 일정으로 미국 출장을 오게 된 지 주무관이 직접 WET사를 찾아가 담당자를 만나 2시간여 동안 설득한 끝에 이번 구미시 대표단 방문이 성사됐다. 당초 WET사는 “기념촬영만 하는 MOU를 할거면 오지마라. 일하는데 방해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 주무관의 끈질긴 설득과 대표단 방문 당시 김장호 시장과 안주찬 의장의 열정적인 모습과 질의에 WET사는 굉장히 호의적인 태도로 바뀌었다.

WET사는 대표단에 비공개 시설인 디자인 연구실을 비롯해 물 성질을 분석하는 화학실 등을 촬영을 하지 않는 조건에서 공개해 주기도 했고, 물과 불을 조합한 분수 시연도 펼쳤다. 또 음향 스피커 제작 모습도 공개하고, 스피커 음향도 야외에서 직접 체험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WET사 방문시간은 예정된 2시간보다 1시간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낙동강이나 금오산을 활용한 글로벌 랜드마크 조성을 계획하는 구미시는 이날 테레사 콜드웰 최고개발관리자(CDO)와 타냐 에버디지인 최고인사관리자(CTO) 등 WET사 실무자들과 만나 구미의 각종 관광인프라 조성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 업무지시는 현장에서

김장호 구미시장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미국 방문 일정동안 현장에서는 많은 업무지사가 내려지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변화와 혁신만이 살 길’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김 시장이기에 이번 미국 방문이 구미시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가 된다.

몇가지 눈에 띄는 지시사항을 살펴보면 WET사를 방문했을 당시 직원들의 창의성을 위해 독특한 사무공간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 구미시도 직원들의 자율적인 사고를 위한 사무 공간을 지시했다. 또 포스텍 홍보관에서는 벤처기업 지원책과 지역 대학과 공동으로 창업기업 지원회사 설립에 대한 방법을 강구할 것을 기업지원과장에게 주문했다. CES에서 이 신산업 발전전략을 구체화할 것과 CES에 참가한 구미공단 내 대기업들의 불편 사항도 관련 부서에 전달해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지시했다. 김 시장이 미국 방문 기간 지시사항은 대략 15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지시사항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대표단에 소속된 엄기득 기업지원과장을 비롯해 조용경 투자유치1팀장, 지미란, 신동명, 이영섭 주무관은 매일 지시사항을 정리하고 관련부서에 바로 전달하기도 했다.
 

이영섭 주무관이 업무협약 등에 필요한 물품이 들어있는 대형 여행용 가방을 끌고 이동하고 있다. /김락현기자
이영섭 주무관이 업무협약 등에 필요한 물품이 들어있는 대형 여행용 가방을 끌고 이동하고 있다. /김락현기자

□ 고난의 연속

대표단은 미국 방문기간 국내 로봇산업 선도기업 4개사(LG전자, LIG넥스원, 위로보틱스, 구일엔지니어링)와 구미시 로봇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투자타깃 기업인 A사로부터 향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 내는 등 성과를 거두었지만, 사실 그 결과물을 얻기까진 고난의 연속이었다.

대표단은 첫날 미국 출국부터 쉽지 않았다. 이영섭 주무관이 새로 발급받은 여권으로 인해 미국 대사관에서 비자를 바로 발급하지 않아 일행들과 함께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다음 시간 비행기를 혼자 타고 와야했고, 대표단이 탄 비행기는 기상악화로 많이 흔들리면서 멀미 환자들이 속출했다. 미국 현지 날씨도 이상기온으로 영하의 날씨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각종 간담회와 기업방문, 협약체결, CES 참관 등의 빼곡한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다들 실내에서 이뤄지는 행사라 생각해 두터운 옷을 챙기지 않아 컨디션 조절에 힘이 들기도 했다. 세계적인 규모의 행사여서 행사장 앞까지 버스가 갈 수 없어 도보로 이동해야 했고, 행사CES 전시관의 규모가 24만2천㎡ 정도로 크다 보니 건물과 건물로 이동하는 구간도 적지 않았다. 하루에 3만보 가량은 걸어다녀야 했다. 특히, 조용경 팀장과 신동명 주무관은 미국 입국 첫날부터 CES에 들어가 대표단 동선을 파악하는 등 고된 일정을 보냈다. 이영섭, 지미란 주무관은 각종 행사와 협약체결에 필요한 현수막과 문서 등 모든 용품을 한국에서 들고오면서 대형 여행용 가방을 2개씩 가지고 다녀야 했다.

또 덴버의 경우 날씨가 영하 16도까지 떨어지는 악조건이기도 했지만, 덴버에서 LA로 돌아오는 오후 1시 비행기가 갑자기 취소되면서 시간을 앞당겨 새벽 3시 비행기를 이용하는 등 강행군을 이어가야 했다. 대표단의 이번 미국 방문이 고난의 연속이기는 했으나, 한인사회와의 교류, 로봇산업 협약, 투자 타깃기업 긍정 답변 등 충분한 성과를 가지고 왔다. 이제 글로벌 혁신기술 발전동향을 확인한 구미시가 앞으로 반도체, 방산 등 전략산업에서 어떤 가시적인 성과와 발전방안을 모색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구미/김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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