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H. 오든 (봉준수 역)

시인들은 경기병처럼 돌격할 수도 있지만 소설가는

꾸밈없고 서툴게 되는 방법을, 그 누구도

본받으려 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법을

익지 않은 재능에서 애써 빠져나와 배워야 한다.

가장 사소한 것을 이루기 위해 소설가는

온통 지겨움의 덩어리가 되어야 하고, 천박한

사랑타령에 좌우되고, 의로운 자들 가운데에서는

의롭고, 지저분한 자들 속에서는 지저분해야 하고,

가능하다면 연약한 자신이 몸소

인류의 모든 잘못을 무덤덤하게 견뎌 내야 한다.

시인이 시로 쓴 소설가론. 그런데 소설에 대해 핵심을 찌른 감이 있다. 시가 핵심을 향해 “경기병처럼 돌격”한다고 할 때 시답게 소설론을 쓴 것. 이에 따르면 소설은 “가장 사소한 것을 이루기 위해” 자질구레할 수 있어야 한다. “지겨움의 덩어리”가 되고, “천박한 사랑타령”에 좌우되며, “지저분해”질 수 있어야 한다. 하나 이는 사소한 일이 아니다. “인류 모든 잘못을” “무덤덤하게 견뎌 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