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 16일 첫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공천룰을 확정했다. 과거 보수정당은 공천룰도 정하지 않고 공천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본 적이 많아 ‘밀실공천’ 논란을 일으켰다. 국민의힘은 오는 29일부터 6일 동안 총선출마 후보자를 모집한다.

공천룰에서 주목되는 항목은 당의 경쟁력을 기준으로 ‘텃밭(영남권, 서울 강남 3구, 강원권)·험지(수도권, 호남권, 충청권)’를 4개 권역으로 나눠 운영한다는 점과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현역의원에 대해 페널티를 주는 부분이다. 당초 경선의 반영 비율을 당원 50%, 일반 국민 50% 적용하던 방식에서 ‘험지’에 한해 민심의 비율을 80%로 상향 조정했다. 민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겠다는 취지다. 영남권과 서울 강남 3구, 강원권은 종전비율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리고 3선 이상 현역이 하위 평가를 받게 되면 최대 35%의 감점을 받게 해 경선을 통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공천 신청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부적격’ 기준도 강화했다. 성폭력 2차 가해, 직장 내 괴롭힘, 학교 폭력 경력이 있으면 후보자격이 없다. 음주 운전은 2018년 12월 18일 ‘윤창호법’ 시행 이후에는 1번만 했어도 부적격 판정된다.

이번 공천룰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면, 조기에 낙천해 이탈하는 의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게 보인다. 거의 대부분 현역의원들을 경선에 참여시킴으로써 탈당 및 무소속 출마의 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읽혀진다.

현재 5개 신당 모두가 공천탈락 현역들을 한 명이라도 더 영입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3월 하순 현역의원 숫자’로 정당기호를 정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민주당은 여당 공천 탈락자들의 이탈표를 노리고 ‘쌍특검법’ 재표결 시점을 최대한 늦추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공천탈락자들의 이탈을 막을 유일한 해법은 공천룰에 따라서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후보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과거처럼 위인설관식 밀실공천을 했다가는 당이 본선에서 엄청난 후폭풍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