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대한민국이 사라진다. 2750년이면 지구상에서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통계적 예측이 있다. 모든 상황이 지금과 같을 경우, 일본이 3000년이면 소멸할 것이며 우리나라는 그보다 일찍 지도에서 없어질 것이라 한다. 옥스퍼드대의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David Coleman) 교수의 실증적 예측에 따르면, 인구소멸로 인해서 사라지게 될 최초의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 한다. 출산율은 이미 세계 최저일 뿐 아니라 OECD 국가들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00 아래로 떨어진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저출산과 고령화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한다지만 분명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와 관련하여 또 다른 심각한 사회현상이 주목받는다.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는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15년 147만쌍에 달했던 신혼부부 숫자가 2022년에 103만으로 떨어져 30%나 감소하였다. 아직 신혼일 적에 출산을 미루는 경향도 두드러져서 초혼 신혼부부 가운데 자녀가 없는 부부가 46.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을 두려워하고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은 날이 갈수록 대책 마련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출산율을 결정하는 주요 원인으로 주택가격, 전년도출산율과 사교육비를 들었다. 부부가 아이를 낳지 않는 까닭은 결국 ‘돈’이라는 셈이다. 물론 타당하다. 경제적 여건이 인간활동을 추동하기도 하고 제약하기도 하지만 돈 때문에만 출산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지나친 부분이 없지 않다. 거꾸로 보아, 돈이 많으면 아이를 많이 낳을까. 그렇게만 보이지도 않는다.

데이터로 해결해 보자는 주장도 있다. 그동안의 관찰과 논의도 자료와 근거, 즉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경제적 문제와 사회적 고민을 떠올리고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없이 의견에만 기대어 내어놓았던 적이 없다. 뜬금없이 ‘데이터’를 들먹이는 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잘못 짚은 게 아닌가 싶다. 즉, 경제여건과 데이터만으로 오늘의 저출산과 결혼기피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

어쩌면 문제의 본질은 다른 데 숨어있지 않을까. 돈으로 해결한다지만, 제시되는 해결책을 아무리 들어보아도 그리 흡족한 수준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신혼부부에게 경제적으로 무엇을 얼마나 도와주면 걱정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결혼을 기피한다 하여 결혼식 비용과 혼수 일체를 지원하자는 주장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자는 기본 전제는 그리 적절하지도 타당하지도 않아 보인다.

결혼과 출산을 경제적 결정 과정으로만 볼 수 있을까. 육아와 돌봄을 돈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가. 꿈과 사랑이 잉태되고 무르익어야 하고, 삶을 바라보는 비전과 희망에 싹을 먼저 틔워야 한다. 선배 어른들이 돈이 많아 오늘의 청년들이 태어났던 게 아니다. 경제적 기본여건을 고민은 하되, 미래를 향한 꿈이 자랄 수 있도록 사회문화적 토양을 길러내는 게 중요하다. 돈 때문에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다. 내일을 열어갈 소망과 꿈이 영글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는다. 사회현상을 경제문제로만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