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순

비 맞은 꽃이 훨씬 예쁘다면서

노래 얹어 사진을 띄웠다

 

꽃이 걸고 있는 빗방울

물 좋은 새벽 비란 것을 알겠다

 

칼 가는

일육수산 여자

흔들거리는 진주 귀고리 닮았다

 

사양도 동백꽃 꺾어 물고

갈매기 날아와

쑥섬 꽃들이 젖어 흐르는

 

바다가

비에 젖어 핀다는 것을 알겠다

마지막 연이 인상적인 시다. 비에 젖은 바다가 꽃처럼 피어 있다니! 이 연을 읽고 비오는 바다 풍경을 떠올렸다. 그런데 정말 비 맞은 한 송이 꽃같이 느껴졌다! 시의 힘이다. “물 좋은 새벽 비”라는 구절도 무릎을 치게 한 표현이다. “꽃이 걸고 있는 빗방울”이 횟집 “칼 가는 여자”가 달고 있는 ‘진주 귀고리’로 환유되는 것도 놀랍다. 그리고 이 표현들은 “꽃들이 젖어 흐르는” 섬, ‘나로도’에 대한 찬미로 모인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