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정치데뷔는 일단 합격점이다. 지난 연말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후 당을 빠르게 장악했고, 여론의 주목도를 높이는데도 성공했다. 특히 비정치인·전문직 위주의 인재영입과 혁신적인 당직인사로 당의 ‘꼰대 이미지’를 상당부분 없앤 것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돌발현안(민경우 전 비대위원의 노인 비하논란)에 대한 대응능력과 당직 인선 작업의 신속·보안성도 돋보였다.

외연확장 과정에서 의외의 성과도 냈다. 민주당 출신 5선중진인 이상민 의원 영입은 앞으로 많은 순기능을 가져 올 것이다. 이 의원의 지역구는 국민의힘 불모지인 대전이다. 여당은 그의 입당으로 7개 의석을 가진 대전은 물론, 충청권과 세종시까지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이 의원은 민주당의 ‘개딸 전체주의’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정치인 중의 하나다.

인재영입위원장을 겸직한 이후 첫 실시한 인사에서 정성국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과 박상수 변호사를 영입한 것도 성공적이다. 정 전 회장은 교총 역사상 첫 초등교사 출신 회장이며, 박 변호사는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법률 자문으로 학교 폭력 피해자들을 대변해 왔다.

한 위원장은 이번 주에도 전국을 돌며 외연확장에 나선다. 지난주에는 민주당 텃밭인 광주를 찾아 5·18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에 적극 찬성 의사를 밝히며, 호남 민심에 손을 내밀었다. 10일부터는 1박 2일 일정으로 경남 창원과 부산을 찾는다. 부산에서는 비대위 첫 현지 회의도 개최한다. 심상찮은 부산 민심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에 대한 지금까지의 평가는 그야말로 초반 성적표다. 앞으로 그의 정치력은 공천관리위원회 구성과 함께 총선 체제로 전환하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한 위원장 스타일로는 여권 세대교체를 위해 대폭의 현역 물갈이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한 위원장이 공천 실무를 책임질 사무총장 자리에 계파색이 옅은 초선의 장동혁 의원을 선임한 것도 이에 대한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문화를 새롭게 바꿔야 하는 여당의 공천심사 과정이 순탄할 리 없다. 예를들어 비교적 젊은 세대인 대통령실 참모나 법조계 출신 후보를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공천할 경우 세찬 후폭풍이 몰아치게 돼 있다. ‘개혁신당’의 천하람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영남권 현역 중 합류할 분이 있다”고 한 말은, 국민의힘 공천탈락을 염두에 두고 벌써 개혁신당에 합류할 생각을 굳힌 현역이 있다는 얘기다.

첨예한 공천갈등에 대한 처리해법은 한 위원장의 정치력을 키울 기회가 될 수 있다. 명심해야 할 부분은 공천관리위원회가 독립적으로 투명하게 업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용산입김’이 작용한다는 말이 나오면, 공천의 공정성은 물건너간다. 공천관리위원회로 일원화된 공천 기능 중 ‘후보자의 부적격 심사’ 권한을 분산해 그 기능을 윤리위원회에 넘기는 것도 리스크 분산의 한 방법이다. 여당이 이번 총선에서 국민에 깜짝 놀랄만한 혁신적인 공천을 해서 낡은 정치권에 새바람을 일으켜야 민심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