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맹

폭설이 쏟아지는 겨울 산에서 우리 알게 되었네

길을 지우고 나무를 지우고 보이는 세상도 버리며

어떻게 하늘의 사랑과 땅의 노여움이

뿌옇게 서로를 끌어안으며 하나로 만나게 되는가를

 

길 아닌 곳에서도 우리는 새들처럼 자유롭고

옅은 계곡물 수리 하나만 열어놓은 겨울 산에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겨울 산에서 우리 보게 되겠네

그곳 눈 내린 전나무 숲속에서 만나는 짐승 발자국만으로도

어떻게 우리의 절망이 따뜻이 위로받게 되는가를

폭설이 내려 길도, 나무도 보이지 않는, 세상이 버려진 듯 시야가 뿌연 겨울 산에서. 시인은 “하늘의 사랑과 땅의 노여움이” 서로 껴안는 모습을 본다. 이 모습은 인간계에서는 볼 수 없는 성스러움을 띤다. 하여 그 산은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곳, 하나 분노와 사랑의 포옹을 우리 앞에 숭고하게 드려내 준다. 또한 “숲속에서 만나는 짐승 발자국”은, 저 산과 차단된 “우리의 절망”을 “따뜻이 위로”해주고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