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네 권의 저서 출판 앞둔 ‘1인多역 문학가’ 여국현 시인

여국현 시인. /김주영 사진작가 제공
여국현 시인. /김주영 사진작가 제공

“지난 3년 꾸준히 작업해 온 결실을 새해 벽두에 거두게 되는 셈이지요. ‘강의실 밖으로 나온 영문학’이라는 제목을 달고 시리즈로 나올 이번 저작들은 전공인 영문학 작품들을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하듯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인문 교양서입니다.”

여국현 시인의 신간 저서 4권이 잇달아 나온다. 영문학박사·번역가·시 전문지 편집주간·극작가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1월 중순 ‘이야기처럼 들려주는 영시’ 1~2권을 발간하고, 2월 중순쯤에는 ‘이야기처럼 들려주는 영미소설’ 1~2권 출간을 예정하고 있다.

중앙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기 전 한동안 포스코에서 일하며 청춘을 보낸 인연으로 포항을 고향처럼 여긴다는 여 시인을 지난 8일 만났다.

 

3년간 꾸준히 작업해 온 ‘강의실을 나온 영문학 시리즈’ 결실

영시·영미소설 등 30여년 대학서 강의해온 작품 엄선해 소개

2018년 등단 후 월간지 편집주간 맡아… 번역·극작가 활동도

-먼저 출간을 앞둔 네 권의 저서는 어떤 내용인가?

△‘이야기처럼 들려주는 영시’ 1~2권은 필자가 주간으로 있는 ‘우리詩’에 3년 6개월간 연재했던 글을 사랑, 죽음, 자연, 사회, 인생 등 주제별로 나눠 묶은 것이다. ‘이야기처럼 들려주는 영미소설’ 1~2권은 18세기에서 20세기 영국과 미국의 대표적인 장편소설들을 이야기하듯 소개하는 글인데, 2022년 여름부터 2023년 여름까지 ‘POSCO TODAY’에 20회에 걸쳐 연재했던 글에 몇 편을 더해 묶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소개해 달라.

△영문학의 대중화를 위하여 기획한 시리즈 저작의 시작이다. 필자가 30년여 시간을 대학 강의실에서 강의해 온 작품들 가운데 대표적인 작품들을 선별하여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해석하고, 관련된 시대 상황과 작가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덧붙인 다음 저의 감상과 현재 우리와 연관된 내용들을 조곤조곤 이야기하듯 들려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야기 소설’의 경우, 이야기하듯 전체 줄거리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구성하였고, 중요한 본문의 번역과 해당 원문을 함께 배치하여 관심 있는 독자들이 흥미와 학습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영문학자인 저의 전공 분야를 중고등학생을 포함한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첫 저작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후에 ‘이야기처럼 들려주는 영미희곡’ 등 시리즈로 이어가려고 한다. 특히, ‘이야기처럼 들려주는 영미소설’은 포항의 도서출판 득수에서 출판하게 되어 더욱 의미가 크다.

-영문학자인 동시에 시인이기도 한데.

△2018년 계간지 ‘푸른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한 후 시집 ‘새벽에 깨어’(2019), ‘들리나요’(2022), 전자 시집 ‘우리 생의 어느 때가 되면’(2021)을 발간했다. 37년 역사의 시 전문 월간지 ‘우리詩’의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번역가와 극작가로서는 어떤 작업을 했나.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2018), ‘종소리’(2021)를 번역했고, 19세기 미국 페미니스트 소설가인 케이트 쇼팽의 ‘셀레스틴 부인의 이혼’(2019), ‘그녀의 편지’(2021)를 출간했다. 시론 비평서인 블리스 페리의 ‘시론’(2019) 외 다수의 이론서도 공역했다. 필자가 번역한 쇼팽의 단편 각색 작품이 공모전에 당선되어 2020년에 무대에 올린 바 있으며, 현재 쇼팽의 단편을 각색한 각본집을 집필 중이다.

-우리 시 작품의 영역에 관심이 많다고 하는데.

△3년 전부터 우리 시 작품을 영어로 번역하는 데 특히 집중하고 있다. 박인환 문학관의 의뢰로 박인환 시인의 선집을 번역한 ‘Park, In-Whan’s Poem Collection(2021)’과 임보 시인의 ‘산상문답’을 완역한 ‘Questions and Answers on the Mountain(2022)’이 있다. ‘우리詩’의 ‘권두영 역시’와 시 전문 포털인 ‘시인뉴스포엠’의 ‘여국현의 우리시를 영시로’라는 코너에 영역한 우리시를 정기적으로 올리고 있다. 지금까지 번역한 60여 시인들의 영역시 100여 편을 상반기 중 출판하며, 개인적으로 의뢰받은 한 중견 시인의 시집도 2월 말까지 완역하기로 하고 작업 중이다. 우리시 영역(英譯)을 통해 우리시를 알리는 데 더 힘쓰고자 한다.

-포항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 앞으로의 계획도 함께 말해 달라.

△중학교 2학년 때 전학해와서 포철공고를 졸업한 후 포스코에서 7년 8개월 근무했다. 어려서부터 충청도, 전라도 등 여러 곳을 옮겨 다닌 터라 청춘을 보낸 포항이 내게 고향과도 같다. 1990년 ‘포항문학’ 10호에 신작시를 발표해 등단하면서 공식적인 시인의 이름을 얻었으며, 친가·처가는 물론 많은 선·후배들이 포항에 있다.

2년 전부터는 환호동 포항시립미술관 앞에 있는 공방 시소에 머물며 서울과 포항을 주기적으로 오가며 작업 중이다.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시소에서 보낼 것 같다. 찰스 디킨스의 ‘벽난로 위의 귀뚜라미’와 쇼팽의 세 번째 작품집 역시 초벌 번역을 마치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출판할 계획이다.

작년에 경북매일신문의 ‘원로들에게 듣는 포항의 근현대사 3’ 작업에 참여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포항에 관한 의미 있는 작업을 모색 중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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