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우

그녀는 웃으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억지로 당겨진 입꼬리, 몰래

꼭두각시 줄을 끊어낸 그녀 입속에

가시가 돋쳤다 빨리

콜을 당기라는 팀장의 고함 소리

몸속 불이 켜졌다

하루 수백통의 전화를 받으며

문신처럼 새긴 억지웃음과 높은 톤의 목소리는

퇴근 후에도 검질기게 이어졌다

(중략)

불이 꺼졌다 켜질 때마다

옆자리 직원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세상을 한번 뒤집어야 하는데

허구한 날 자기 속만 뒤집어진다는 동료

사무실 빈자리에서 도깨비불이

날아다녔다

시에 따르면, 억지로 웃어야 하는 감정노동자인 콜센터 직원은, “꼭두각시 줄” 타듯 일을 한다. 그는 “하루 수백통의 전화를 받”기 위해, 적당한 통화 후 전화를 끊을 수 있는 곡예를 부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는 몸속에 ‘도깨비 불’을 품고 일을 한다. 이 노동은 끔찍하게도, 퇴근 후의 그의 삶에 “문신처럼 새”겨진다. “옆자리 직원들이” 일을 그만두거나 세상을 뒤집고 싶은 욕망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