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국

지나가는 말투로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더니

진짜로 나를

불러들여 약속을 지켰다

흰 비닐 상보 깔고

일회용 접시에다 마른안주와

돼지고기 수육과 새우젓과 코다리찜과 홍어와

게맛살 낀 산적과 새 김치 도라지무침을 내오고

막 덮힌 육개장에 공깃밥 말아 먹이며

반주 한잔도 곁들여 주었다

약소하게나마 밥값은 내가 냈다

필자도 지인과 “밥 한번 같이 먹자”는 ‘빈 약속’을 자주 한다. 그런데 그를 만나지 못하다가 영정 사진으로 만나는 경우가 있다. 위의 시는 이 상황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공감이 컸다. 위의 상황에서는 죽은 이가 밥 같이 먹자고 약속했나보다. 그가 약속을 지켰다 하니. 시인은 그와의 마지막 식사에 나온 음식들을 세세하게 적는다. 죽은 이가 마지막으로 마련한 음식이니 하나도 빠뜨릴 수 없다는 듯이.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