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까지 대구 호텔수성갤러리

이점찬作
도예가 이점찬(경일대 교수)은 달항아리를 빚는다. 전통적인 기법과 고도의 기술을 통해 부드럽고 매끄러운 유선형의 달항아리를 빚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19번째 개인전 ‘이점찬 달항아리 전’이 대구 호텔수성갤러리에서 오는 14일까지 열리고 있다. 흙부터 물레질, 구워내기까지 온 정성을 쏟고, 도예가의 의지를 넘어 가마 속 불이 도와줘 탄생한 달항아리 10여 점이다.

그는 백자 달항아리에 천착해 왔다. 한국도예 미술의 정체성을 ‘형태 없는 존재로 공백만 살아 있을 뿐 텅 빈 백색의 공간에 본래 형태가 드러나지 않는 유전적 DNA’라고 규정한다. 조형의 최소 단위인 선과 면의 단순함을 살리되 그 안에서 느끼는 자연미와 감각의 표현은 원형의 아름다움, 즉 선의 미학에서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평생의 업으로 백자를 빚으면서 회화성을 강조하고자 도자기 작품의 표면을 캔버스처럼 활용해 다양한 묘화(描<756B>)를 표현한다. 그는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도자기에 걸맞은 이미지를 손으로 직접 그려 넣어야 직성이 풀린다”고 말한다.

최근 작업은 밝은 순백색의 백자에 황금빛 봉황이 등장한다. 봉황은 고대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상서롭고 고귀한 상상의 새다. 현세에도 군주의 상징으로 신성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가 최고지도자의 상징으로 대통령 문양에 봉황을 사용하고 있다. 봉황은 흔히 죽지 않은 불사조, 즉 영원불멸의 새로 알려졌지만 태양과 달에 빗대어 유일무이한 권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러한 봉황의 주제는 창조주의 신비로운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하늘과 땅과 사람, 즉 천지인(天地人)의 조화 속에서 인간이 자연의 한 부분으로 동화되어가는 회화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진솔한 마음이다.

이점찬 작가는 “봉황의 회화성은 어쩌면 자연주의의 신비한 미학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연과 하나가 돼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시각적 표현으로 탄생하게 된 ‘달로부터-봉황을 품다’시리즈는 앞으로도 현대적인 미감에 걸맞은 맥으로서 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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