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아폴리네르 (성귀수 옮김)

야영지 흔들리는 모닥불이

꿈의 형상들을 비추네

뒤엉킨 나뭇가지들 속

몽환이 천천히 올라가네

이제야 한심해하는 회한은

딸기처럼 온통 흠집투성이

추억과 비밀에서

남은 것은 오직 숯덩이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라고 랭보가 말했듯이, 우리는 모두 상처를 안고 산다. 이 상처를 잊고 살다가 상처가 드러날 때가 있으니,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을 때다. “뒤엉킨 나뭇가지들”을 태우며 흔들리는 모닥불 위로 “추억과 비밀” 역시 타오른다. 그러자 “몽환이 천천히 올라”가면서, “딸기처럼 온통 흠집투성이” 같은 회한이 마음을 조이기 시작하고, 결국 마음엔 “오직 숯덩이”만 상처로서 남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