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불참한 실과장들에 요구
참석해야할 조례나 규칙 등 없어
공직사회 “토끼가 왕노릇” 동요

[김천] 김천시의회 이명기 의장이 시청 부서 실과장들에게 본회의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사유서 제출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일 열린 김천시의회 제240회 제2차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는 집행부 16개 부서 중 8개 부서장이 방청석에서 본회의를 지켜봤다.

집행부 부서장들이 본회의에 참석해야 할 조례나 규칙은 없지만, 지금까지 관례적으로 방청석에 앉아 본회의를 지켜보았다.

이날 이 의장은 본회의 때마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부서장들이 많이 줄어든 것을 보고 유감을 표한 뒤 집행부 기획예산실 의회법무팀에 부서장 불참 사유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 의장은 집행부 부서장들의 불참 이유를 예산안 삭감에 대한 불만 표출로 보고 있는 것으로 관계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실제, 불참한 8개 부서의 사업예산안을 살펴보면 다른 부서에 비해 전체 삭감이 눈에 띄게 많다.

문제는 부서장들이 본회의에 참석해야 할 조례와 규칙이 없듯이 시의회 의장도 집행부 부서장에게 사유서 제출을 요구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시의회도 이를 인지하고 있는 듯 사유서 제출 요구서를 통상적으로 이용하는 전자문서가 아닌 수기로 작성해 집행부에 전달했다.

시의회로부터 수기로 작성된 사유서 제출 요구서를 전달받은 기획예산실이 불참한 부서장들에게 요구서를 실제 전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의장이 사유서 제출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직사회는 크게 동요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왕노릇 한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김천시장이 공석 중이어서 시의회 의장이 갑질을 한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단지 본회의때 방청석에 앉아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유서를 제출하라는게 말이 되는가. 마치 갑질 끝판왕을 보는 느낌”이라며 “시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더라면 과연 의장이 저런 요구서를 보낼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고 불평했다.

한편, 다른 시·군에서는 의회 본회의에 집행부 부서장이 참석하거나 방청석에서 지켜보는 상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5분 자유발언 등 특별한 상황에 관련부서 관계자들이 자발적으로 방청석에서 지켜보는 경우는 있다고 전해진다.

/나채복기자 ncb7737@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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