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구 논설위원
우정구 논설위원

세계 각국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돌봄이 필요한 노년인구가 늘고 있다. 일찍 초고령사회로 들어선 일본은 돌봄 선진국으로 꼽히는 나라지만 나이든 부모 간병을 둘러싼 사회 문제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 간병을 하다 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하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작년 일본에서 출간된 ‘불효돌봄’이란 책의 저자는 “병들고 나이든 부모를 돌보는 데 자식이 착해야 할 필요가 없다”며 “부모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떠날 고민은 하지말고 할 수 있는 일만 하자”는 주장을 폈다.

우리말에 “긴 병에 효자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도 부모 간병 문제로 고민하는 가정이 급격히 늘고 있다. 간병비 부담은 물론이거니와 간병을 누가 할 것인지를 두고 가족이나 형제간 갈등도 심각하다.

부모 병 구완을 위해 간병인을 쓰다보니 간병비 지출을 감당못해 간병파탄 환자가 늘고 있다. 부모 간병 때문에 퇴직하는 간병퇴직, 가족간 불화로 빚어지는 간병지옥, 심지어 간병살인까지 벌어지는 비극적 상황도 목격된다. 집안에 간병할 사람이 생기면 온가족이 시한폭탄을 안은 것처럼 전전긍긍이다.

하루 간병비 14∼15만원 주고도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한달이면 400만원이 훨씬 넘으니 병을 오래 끌면 수천만원 부담도 금방이다. 간병비 때문에 한가정이 망할 참이다.

정부가 간병 경감방안을 내놨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와 요양원 입원 중증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등이 그 내용이다. 막대한 예산이 따르는 문제라 쉽지는 않아 보이나 진작 손을 봐야 할 문제라는 데 이의는 없다. 간병지옥에서 탈출할 묘안이 나와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