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내일 탈당 예고
연말 정국 격랑속으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가 26일(오늘) 출범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다음날인 27일 탈당을 예고했다. 789세대(70∼90년대생)로 불리는 한 전 장관과 이 전 대표가 하루 차이로 국민의힘 ‘입당’과 ‘탈당’이라는 정반대의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새로 출범하는 한동훈 비대위가 이 전 대표의 탈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주목하고 있다. 연말 정국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26일 오전 온란인으로 전국위원회를 열어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를 통해 한동훈 비대위원장 지명자 임명을 확정한다. 정식 취임이 되면 취임 일성과 함께 비대위원 인선 등 향후 구상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에선 29일까지 비대위 인선을 마치고 새해부터 비대위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 장관의 취임을 앞두고 비대위원 인선에도 관심이 쏠린다. 얼마나 혁신적이고 참신한 인물을 비대위원에 기용하느냐에 따라 한동훈 비대위 성공 여부가 달렸기 때문이다. 1973년생 한 전 장관이 위원장을 맡은 만큼, 789세대가 주축이 돼 민주당 주류인 86세대와 차별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여권의 기류다.

반면, 한 전 장관이 정치 신인이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고 당내 사정을 잘 알아 정치적 조언과 협의가 가능한 노장청(노년·장년·청년)이 골고루 인선돼야 한다며 이른바 ‘세대조화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김근식 전 비전전략실장은 “2012년 박근혜 비대위가 성공한 것도 노련한 정치인들도 데려오고 신인도 발굴하면서 참신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오는 27일 탈당을 선언하고 신당 창당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전 대표는 “신당 당명은 가칭 ‘개혁신당’으로 하고 본 창당 시 사용할 이름도 정했다”며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화했다. 실제 이미 온란인을 통해 모집한 창당발기인 성격의 연락망에는 6만여 명이 참여했고, 필요한 중앙당 및 5개 시·도당도 확보했다. TK지역 경우에는 전직 기초단체장 출신들이 이준석 신당에 합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이 전 대표가 추진하는 신당 창당은 한 전 장관의 비대위원장 등판으로 동력이 약화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의 취임과 탈당 시기가 겹치면서 여론전의 성격이 강해진 가운데 한 장관이 파격적인 비대위원을 기용한다면 이 전 대표의 탈당 이슈는 사그라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은 “탈당 날짜를 정해놓던 때만 해도 언론의 모든 관심이 이 전 대표에게 집중돼 있었지만, 한 전 장관이 이번 주 비대위원 인선으로 모든 뉴스를 빨아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구나 이 전 대표의 신당에 합류할 인사들도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전 대표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을 중심으로 신당 추진 작업을 진행했으나 김용태 전 최고위원이 신당 합류에 선을 그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 전 대표와 ‘천아인’이 창당을 할 수도 있고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지만 총선 전후에 또 다시 함께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저는 당내에 남는 것이 저를 최고위원으로 뽑아준 당과 당원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 전 장관과 이 전 대표 간 회동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탈당하면 집권당의 손실”이라며 이 전 대표를 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가 탈당해 신당을 창당할 경우 3∼5% 득표율로 당락이 엇갈리는 수도권 선거에서 악영향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양측 모두 만남 가능성을 열어놨다. 한 전 장관은 이 전 대표와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생각을 가진 많은 분을 만나야 한다”고 했고, 이 전 대표도 “누구나 만나기 때문에 만나긴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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