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피아니스트 박현주
최근 포항서 ‘세번째 산책’ 연주회
철강·해양 표현한 새로운 시도로
관람객에 깊은 예술적 영감 선사
“유명작보다 낯선 곡 만날 때 더 설레
나만의 해석 찾는 과정 늘 흥미롭죠”

박현주 피아니스트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 처음 연주하는 작품을 마주할 때면 유명한 곡을 연주하는 것보다 더 설렌다고 할까요.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나 처음 연주하는 작품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예상치 못한 감정과 인상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처음 연주하면 작품에 관한 연구와 탐구를 통해 음악의 역사나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나만의 해석을 찾는 과정이 흥미로워요”

지난달 30일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열린 박현주(41) 피아니스트의 피아노 연주회 ‘세 번째 산책(Promenade III)’에는 낯선 작품이 있었다.

2019년 미국에서 귀국 후, 2020년 Promenade I 독주회를 통해 박현주라는 피아니스트를 지역사회에 알리기 시작했다. 2022년 Promenade II에서는 브람스 서거 125주년을 기념해 특별한 연주를 선보였다. 브람스의 첫사랑이었던 클라라 슈만과 브람스 피아노 트리오를 연주하며, 브람스의 감미로운 음악을 지역사회에 소개해 전 세계적인 기운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기여했다. 다양성이 부족한 지역 클래식 음악계에 그는 꼭 필요한 아티스트임이 분명하다.

-‘세 번째 산책(Promenade III)’ 연주회 관람객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관람객들의 반응은 매우 다양하고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음악회에서는 죠지크롬의 ‘대우주’ 중 ‘천체의 역학’ ‘증폭된 피아노를 위한 우주의 춤들’, 그리고 드뷔시의 ‘바다’ 그리고 앙코르 곡으로 드뷔시의 ‘달빛’이 연주되었다. 포항 도시의 특징인 철강과 해양을 표현한 이번 음악회에서 특히 음악적으로 새로움을 시도한 죠지크롬의 ‘대우주’ 곡에 대한 관람객들의 반응이 주목받았다. 피아노를 통해 죠지크롬의 곡에서 중력이 없는 우주 공간의 오묘한 느낌을 전달한 부분이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것 같다. 관람객 중 일부는 자신의 인식의 방향성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언급한 분도 계시는데, 예술적 영감과 깊은 생각을 주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해서 기쁘다.

-김주영 사진작가의 바다 사진 작품을 배경으로 무대를 꾸몄다. 평소에도 사진 작품에 관심이 많은 편인가.

△그렇다. 사진을 통해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고 감정을 전달하는 것은 아름다운 예술의 형태다. 음악은 연속적으로 전개되는 시간의 흐름을 체감하는 반면에 사진은 한 프레임 안에서 순간의 감동과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어서 특별한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음악회에서 김주영 작가님의 작품이 음악적 흐름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바다 도시인 포항에서의 찰나를 공유함으로써 포항지역 관객들에게 더 특별한 경험이 되었기를 바란다.

-새로운 공연 형태와 작품을 즐기는 것 같다. 이번 연주도 낯선 무대와 작품이 포함돼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 처음 연주하는 작품을 마주할 때면 유명한 곡을 연주하는 것보다 더 설렌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나 처음 연주하는 작품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예상치 못한 감정과 인상을 전달할 수 있다. 또 새로운 음악적 세계를 탐험하고 배울 수 있으며 해석의 여지가 더 많아지고 연주자는 스스로의 감정과 경험을 작품에 담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동안 Promenade 공연을 통해 다양한 협업 무대를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협업이 박 피아니스트의 음악 활동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지?

△포항에 연고가 없는 나로서는 이런 연주 기회가 너무나 소중하다. 나를 알릴 기회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음악계의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이기도 하다. 나를 모르는 이곳에서 직접 기회를 만들고 확장해가는 이 여정이 재미있다. 다양한 음악적 경험과 색채를 습득하며, 협업을 통해 상호간의 영감을 주고받는 것은 예술가로서의 큰 행운이다.

 

박현주 피아니스트
박현주 피아니스트

-클래식은 지루하고 어렵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클래식의 매력은 무엇인가.

△다양한 시대와 문화에서 탄생한 수많은 작품은 각자의 독특한 특징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다. 심오한 깊이와 아름다운 선율, 복잡한 조성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되어 있어, 듣는 이에게 귀한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클래식 음악은 각 시대의 문화, 역사, 예술적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며,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메시지는 듣는 이에게 다양한 영감을 준다.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고 즐길 때는 오히려 그 다양성과 복잡성이 흥미로운 도전이 될 수 있다.

-클래식 음악을 고전이라 한다. 고전이 중요한 이유는 뭔가.

△문학, 예술, 음악, 철학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고전의 역할은 현대사회에 계속해서 영감을 제공하며, 그 지식과 가치는 오랜 세월을 거치더라도 여전히 중요하게 여겨진다. 고전 음악 또한 음악의 역사와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과 같은 거장들의 작품은 음악의 기초를 형성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그들의 활동으로 인해 음악의 형식과 규칙이 정립되었고, 이는 현대 음악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고전은 우리의 문화유산이자 예술, 인간학, 역사, 도덕, 창의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깊은 이해와 창의성를 제공하여, 현대사회에 필요한 통찰력과 가치를 전달하기 때문에 우리는 고전을 중요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피아니스트로서 꿈꾸는 앞으로의 방향은 무엇인지.

△마지막 질문에 나는 언제나 비슷한 대답을 하곤 한다. 피아니스트라는 타이틀은 아직도 익숙하지 않게 다가오는데, 아마도 내가 맡은 다양한 역할로 인해 느끼는 책임감과 부담감 때문일 것이다. 나는 항상 그 역할들에 따른 삶의 균형을 유지하고 내가 가진 것을 잘 나누어 주며 살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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