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태

광주천변을 걷다가

순간, 밟아버릴지 몰라

깜빡 놀라 뒷설음쳤다

모가지째 떨어진 자미꽃

그 붉은 꽃 가장자리쯤에

굼벵이가 뒹굴고 있었다

하마터면 큰 하늘 하나를

밟고도 일이 없었다는 듯

태연, 멀리 걸어갈 뻔했다

아 하늘 속에 또 하늘들

하늘 바깥에 또 하늘들!

잘못하여 밟을 뻔하였다

하얀 두루미 날기 시작한

광주천 극락강변이었다

‘광주천’에 ‘극락강변’이라는 곳이 있나보다. 온갖 생명들이 잘 보존되어 살고 있는 곳이기에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 같다. 시인은 소위 미물들 역시 ‘하늘’이라고 생각한다. 떨어진 “꽃 가장자리쯤에” “뒹굴고 있”는 ‘굼벵이’도 하나의 ‘큰 하늘’이다. 이 하늘 하나 밟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하늘 속에 또 하늘들”이 있으며 “하늘 바깥에 또 하늘들”이 있다는 시인의 ‘다중우주관’이 이런 윤리를 가능케 했으리라.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