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비대위 출범 윤재옥 결단에 달려

김기현 대표 사퇴 후 한동훈 비대위 출범으로 최종 가닥이 잡힌 가운데 국민의힘 윤재옥(대구 달서을) 대표 권한대행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대위원장 추천권한을 가진 윤 권한대행이 지명하고 전국위 의결을 거쳐 임명된다. 윤 권한대행이 한동훈 비대위에 대한 당 내부 이견을 정리하지 못할 경우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여권에서는 한동훈 비대위 출범 여부에 윤 권한대행의 결단만 남았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권한대행이 이르면 22일, 늦어도 주말 연휴가 지난 26일 비대위원장 인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윤 권한대행은 20일 서울 여의도 식당에서 상임고문단 간담회를 열고 새 지도체제 구성과 관련, 원로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한동훈 비대위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다. 

유흥수 상임고문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는 거의 이의는 없는 것 같다”며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마지막에 등판했다. 그때 배 12척이 남았는데도 그걸 이끌고 승리했다. 지금 우리 당 상황이 배 12척 남은 상황과 같다. 그런 식으로 등판해 승리로 이끌어 나가야지, 선거에서 진 다음에는 아껴서 무엇하냐. 아무 소용도 없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일부 원로들은 한동훈 비대위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지만 한동훈 불가론까지는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권철현 상임고문은 “‘검찰 독재, 검찰 공화국’이라는 (비판에 대한) 문제, 일반 서민 대중들의 편이 돼주는 느낌을 줄 수 있겠느냐는 문제를 극복하지 않으면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는 게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걱정하는 분도 있었지만, 한동훈이라는 인물이 안 좋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한동훈 비대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만장일치 추대’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18일 현역의원들과 원외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 인선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33명이 발언자로 나섰는데, ‘한동훈 비대위원장 추대’와 ‘선거대책위원장 등 다른 역할을 맡기자’는 쪽으로 의견이 갈렸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추대 자리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반대 의견이 적잖게 나오면서 의견을 모으는 데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권한대행이 한동훈 비대위에 대한 당 내부 이견을 어떻게 정리할 것이냐가 최대 과제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한 의원은 “윤 권한대행이 시험대에 올라섰다”며 “의원들의 요구대로 당 의사 결정을 정부가 좌지우지해선 안 된다는 걸 보여주는 비대위원장을 앉히는 과정에서 윤 권한대행이 의원들과 대통령실 사이에서 중심을 지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지금 조직적으로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몰고가려는 세력이 있는 게 명확히 보이지 않냐”며 “그런 움직임은 당을 위한 것도, 한 장관을 위한 것도 아니다. 윤 권한대행이 이런 당내 바람에 맞서 소신의 결단을 할 수 있을지가 그의 정치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대구·경북(TK) 의원들은 물론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지금은 윤 권한대행의 시간”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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