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잘리 무어 (이재경 옮김)

고양이는 뚱뚱하게 자고 날씬하게 걷는다.

고양이는 잘 때는 늘어지게 자지만

잠에서 깨면 옆구리를 당겨 넣는다.

불룩했던 데가 다시 찰싹 달라붙는다.

고양이는 날씬하게 걷는다.

고양이는 보따리처럼 기다리고

번개처럼 뛰어오른다.

고양이는 뛰어오를 때는 미끈하다.

껍데기를 벗어버리는 포도알처럼….

고양이에겐 기술이 있다.

고양이는 삐걱대지 않는다.

슬그머니 간다. (부분)

위의 시를 읽고 ‘정말, 맞아!’라고 감탄했다. 필자의 집도 고양이를 키우기에, 고양이를 관찰할 기회가 많다. 고양이는 깨어 있을 땐 빈틈이 없으면서도 잠잘 땐 한 없이 느긋하고 게으르다. 고양이 같은 이가 있다. 일할 땐 날렵하게 잘 해내면서도 쉴 때는 세상 걱정 없는 것처럼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쉴 때는 해야 할 일 걱정으로 시간을 보내고 일할 땐 하기 싫어 게으름 피우는 필자와는 정반대의 사람.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