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사진작가 황정희
라오스 이어 인도인들의 정신문화·초월적인 삶 앵글에 담아
26일부터 호텔영일대 갤러리웰서 ‘인도 사진’ 두번째 개인전
여행의 든든한 동반자 된 사진, 또다른 나의 시선 그대로 표현

황정희 사진작가
“인도인의 정신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소중한 기회로서 그들이 갖고 있는 초월적인 삶까지 만날 수 있었죠. 종교 이상의 의미를 지닌 힌두교와 힌두교 사상에서 비롯된 카스트 제도 등 인도인들의 정신세계에 따른 그들의 여유로운 삶은 정말 매력이 넘쳤습니다.”

황정희 작가(53)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다. 1999년부터 장애아동 특수교육 실무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2002년 사진에 입문해 전통시장을 시작으로 순수한 영혼의 땅 라오스, 힌두교의 성지 인도인들의 삶을 앵글에 담아오고 있다.

오는 26일부터 내년 1월 26일까지 호텔 영일대 갤러리 웰에서 두 번째 개인전 ‘멈추어 인도를 바라보다’전 개최를 앞둔 황 작가를 지난 17일 만났다.

-이달 계획 중인 개인전을 소개해 달라.

△첫 개인전 라오스 사진전에 이어 이번 두 번째 개인전은 인도 사진전이다. 인도 북부지방을 중심으로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로 힌두교의 성지 바라나시, 조드푸르, 자이푸르, 인도의 수도 델리 등 북인도인들의 삶과 음식 그리고 문화와 종교를 체험하고 그들의 소박한 일상 등을 담았다. 이번 작업과 전시를 통해 내 삶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고 관람하는 분들이 다른 환경에서의 다른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으면 한다.

-두 번째인 이번 개인전이 인도 사진전인데 작가는 여행사진가라고 불러도 되는가?

△스스로 편향된 장르를 지향하지는 않는다. 나의 사진은 타지의 환경이나 그 속에서 나와 다르게 살아가는 타인의 삶을 느끼고 그 감정을 기록한 것들이다. 다큐멘터리 사진 또는 기록사진은 객관성과 사실성이 담보된 역사적 사건이나 시대상을 통해 시대적 공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현대 사진에서 다큐멘터리 또한 작가의 주관적이고 편향된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이 인정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여행사진가이며 더불어 다큐멘터리사진가이길 스스로 지향한다.

-첫 개인전인 라오스 사진전을 소개한다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라오스를 여행하며 느낀 감정을 기록하고 표현한 사진전이었다. 라오스 여행은 평상시 내가 스스로에게 의문을 가졌던 인간의 본성과 사회성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는데, 전시를 통해 그것을 풀어낼 수 있어서 행복했었다. 첫 개인전 준비 중 라오스 남부 세피안 세남노이댐 붕괴사고로 많은 이재민과 실종자가 발생하는 큰 사고가 일어났었다. 인연이 깊었던 관계로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개인전을 마치고 전시 수익금과 성금을 주한 라오스 대사관에 전달하고 마음으로나마 그들을 응원했던 기억이 있다.

-지난 사진 발표 중 기억에 남는 전시는?

△‘포항산책2019·어머니’ 전에 참여했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어머니와 평상시보다 대화를 훨씬 많이 했다. ‘사진 작업은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 더 큰 의미가 생긴다’는 말을 실감하는 때였다. 어머니를 더 많이 더 깊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 어머니가 100일 전 세상을 떠나셨다. 이별을 준비할 틈도 없이 떠나신 어머니의 흔적은 그 당시 촬영했던 그 모습으로 영원히 내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사진을 하게 된 동기는.

△다른 여성 사진작가들처럼 시작은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서였다. 포항여성문화회관에서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고, 꽃 사진·풍경 사진 등 누구나 좋아하는 소재를 촬영하면서 사진을 배웠다. 그 후 가족이나 이웃 등 주변 사람들로 포커스가 옮겨졌고 사람과 사회에서의 인간관계를 통해 나와 인간의 본질을 투영해 보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사진을 하면 좋은 점은 무엇인가.

△현대사회에서의 사진은 우리 일상 깊이 들어와 있고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있다. 멀티미디어 시대에 카메라는 필수품이고 사진은 힘 있는 소통의 수단이 되어있다. 나아가 예술로서의 감동과 메시지 그리고 그 이상의 무엇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로서 사진은 여행의 든든한 동반자이면서 짧은 순간에 보고 느끼기에 부족했던 부분들이나 유효기간이 짧은 감정들을 카메라라는 나의 또 다른 시선으로 담을 수 있어서 좋다.

-황 작가가 지향하는 사진 작업은?

△나의 사진 작업은 여행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이루어질 듯하다. 머나먼 타국이거나 가까운 이웃 동네이거나 항상 내 시점은 여행자의 시점이 될 것 같다. 대상과 깊은 조우도 좋고 기묘한 현상을 만나기 위한 오랜 기다림도 좋겠지만, 나는 스치는 인연도 소중히 여기며 그 순간의 느낌조차 담아내는 사진가이고 싶다. 때론 좀 더 가까이 가고 때론 스쳐 지나기도 하는 여행자의 시점으로 주변의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번 두 번째 개인전인 인도 북부지역의 작업이 일단락되면 인도의 중부와 남부 지역으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조금 멀리 있는 계획으로는 인도 델리와 라오스 비엔티안에서의 전시도 꿈꾸고 있다. 나는 카메라를 든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여행하는 인간)로서 오늘도 내일도 길을 걷고 느끼고 담고 싶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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