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옥

풀을 베다가 잃어 버린 낫을 찾았다.

장마철에 한 달도 넘게 풀더미 속에 처박혀 있었는데

온몸에 뻘겋게 녹이 슬었는데

여전히 날이 닿기만 하면 억센 풀을 동강 냈다

쇠가 좋기 때문이다

좋은 쇠는 녹이 슬어도 날이 죽지 않는다

단단하기만 하다고 좋은 쇠가 아니다

너무 단단한 쇠는 깨지기 쉽다

단단해서 날카롭게 날이 서면서도

깨지지 않는 쇠라야 정말 좋은 쇠이다

단단하면서도 무르고 무르고서도 단단한

좋은 쇠를 만들려면

펄펄 끓는 불에 달구고 차디찬 물에 식히기를

수백, 수천 번 거듭해야 한다

나 역시 위 시의 낫처럼 녹슬어 있을 테다. 하지만 저 낫과는 달리 날까지 죽어버린 것 같다…. 시에 따르면 “좋은 쇠는 녹이 슬어도 날이 죽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좋은 쇠 기준은 깨지지 않음인데, 이 성질은 단단함 자체보다는 “단단하면서도 무”를 수 있는 유연함과 관련 있다고. 수많은 달굼과 식힘을 반복해야 유연함을 얻을 수 있다. 날이 선 삶을 살기 위해선 이런 반복을 통해 마음을 단련해야 하리라.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