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덕

전기밥솥이 없던 내 학창 시절의 간식은 주로 누룽지 튀김이었다 밥때와 밥대 사이에 궁금한 입들 벌어지고 엄마는 밥만 하면 눌어붙은 누룽지를 말려 튀겨서 설탕을 뿌려주었다

 

누룽지야 더 두껍게 살을 붙여라 까만 얼굴 말고 노릇하게 예쁘게, 발 잘 듣는 동생처럼 건너오너라 나는 아직 둥지도 안 튼 누룽지 얼굴 위에 주문을 뿌려댔다

어린 소녀는 엄마의 간식으로 더 파릇해지고 더 통통해지고

밥때와 밥때 사이에 낀 어른은 추억의 엄마 간식 불러내 아껴 아껴서 속이 허할 때마다 꺼내 먹는다

나이 좀 든 이라면 누룽지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을 테다. 시인이 말하고 있듯이 “늘어붙은 누룽지를 말려 튀겨서 설탕을 뿌려” 놓은, 가난한 아이들의 최고 간식. 위의 시를 읽으면서, 전혀 본 적 없는 시인과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을 보니, 우리 세대를 엮어주는 공통적인 추억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같은 간식을 먹고 같은 행복을 느꼈다는 공통 체험이 서로의 인생을 말없이도 이해해주게 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