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

거리는 수백 개의 두개골로 부서진다

속마음을 가늠하는 시간

길 건너편에서 뛰어오는 두개골과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두개골

원과 원 사이에도 집을 지을 수 있다

마른 잇몸을 핥을수록 드러나는 뿌리 한 가닥 뽑아

그곳에 심는다

지구의 체액을 빨아먹고 하반신 대신 기둥이 자라나는 것이다

살짝만 건드려도 움츠러들 때까지

바닥에 뒹구는 인류에게

역사상 가장 많은 두개골이 달라붙고 있다 (부분)

서울에 대한 시는 많지만, 위의 시처럼 그로테스크한 서울 묘사는 보기 힘들다. “수백 개의 두개골로 부서”지는 서울 거리는 마치 저승 같다. 서울 땅 위로 솟아나는 아파트-집-는 “지구의 체액을 빨아먹고 하반신 대신 기둥이 자라나는 것”으로 묘사되며, 그 기둥엔 “역사상 가장 많은 두개골이 달라붙고 있”다고 표현된다. 이러한 과격한 표현이 아니라면, 서울의 실상을 드러낼 수 없다고 시인은 생각했으리라.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