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봉산문화회관, 24일까지
‘유리상자-아트스타Ⅳ’ 전시회
雨氣 캐릭터로 다양한 이야기

김채연作
대구 봉산문화회관은 2023년 네 번째 ‘유리상자-아트스타’전시 선정작으로 김채연 작가의 설치 작품 ‘소화의 숲’을 선보이고 있다.

이 작품은 우리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 가운데 우울한 감정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시작해 종이박스와 강아지풀을 모티브로 작품을 구체화 했다.

김 작가는 캐릭터 ‘우기(雨氣)’가 그려진 종이상자들과 7개의 모니터 속 영상으로 유리상자 공간을 채운다.

작가는 ‘우기’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는다. 시간에 쫓기는 우기, 쌓인 일을 처리하느라 허덕이는 우기, 지쳐있는 우기, 강아지를 사랑하고 자연을 좋아하는 우기 등…. 우기의 모습은 작가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고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작품 속 종이박스는 겉면에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대부분이 닫혀 있기에 관람자로 하여금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비어 있을지, 아니면 가득 차 있을지 의문과 상상을 이끌게 한다. 사회 속에서 우리는 여러 상황 속에서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지만, 어떤 이는 그것을 남에게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담아 가득 채워 두기도 하고 어떤 이는 밖으로 드러내어 속을 비워 버리기도 하며 저마다 나름대로 감정을 처리하곤 한다.

김채연 작가는 이렇게 개인이자 한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으로서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함에 따라 느끼게 되는 여러 감정들을 ‘우기’를 통해 드러내고 그것들을 차곡차곡 종이박스에 담아 쌓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감정을 ‘소화(消化)’해낸다. 그런 종이박스가 하나, 둘 모여서 이미 소화된, 또는 앞으로 소화해내야만 하는 감정들의 ‘소화의 숲’을 이뤄내는 것이다.

유리상자, 종이박스와 모니터라는 어쩌면 경직되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네모들로만 이뤄진 공간과 재료에 작가는 ‘우기’의 웃음기 가득한 표현과 갈대, 강아지풀 같은 자연적 요소를 더해 보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과 치유의 감정을 전해주고자 한다.

사방이 유리로 설계된 공간인 유리상자 속에 전시된 ‘소화의 숲’은 오는 24일까지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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