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우 SF평론가
강지우 SF평론가

우리나라 SF 영화 ‘더 문’은 왜 흥행에 실패했을까? 국내 최초 달 탐사 영화로 개봉 전에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최종 관객은 50만 명에 그쳤다. 시각 효과는 손색없었지만,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위기 상황이 극의 긴장과 감동을 반감시켰다는 평이 많았다. 지난해 개봉한 ‘외계+인 1부’에서는 흥미로운 설정 속에 김태리 등 배우들의 명연기가 감탄을 자아냈지만, 산만한 구성과 어색한 대사가 영화의 완성도를 해쳤다. 내년 초 개봉할 2부에서는 흥행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이런 작품들을 팟캐스트에서 소개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우리나라 SF 영화는 흥행하지 못하는 것일까? 줄곧 품었던 의문에 대해 지난달 18일 개최된 ‘제2회 포스텍 SF 데이’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제2회 포스텍 SF 데이’에는 김초엽 작가, 김겨울 작가, 이다혜 기자가 연사로 초청되었다. 많은 청중의 열띤 참여가 행사를 알차게 완성했다. 1부 북토크에서는 예비 작가들의 질문이 이어져 그야말로 ‘쓰고 싶은 나’를 발견하는 여정이 펼쳐지기도 했다. 2부 시네마 토크에서는 이다혜 기자가 ‘SF 영화의 휴머니티’를 주제로 강연했다. 보통 한국 SF 영화의 실패 원인으로 꼽히는 ‘휴머니즘’이 알고 보면 ‘인터스텔라’ 등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SF 블록버스터의 중심 주제라는 이야기였다. 나도 은연중에 왜 한국 SF 영화는 ‘신파’를 못 넣어 안달이지? 라고 불평했던 터라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을 되짚어 볼 수 있었다.

실제로 휴머니즘을 탐구하는 SF는 요즘 한국 SF 문학계의 주된 흐름으로, 국내외에서 평론가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널리 사랑받고 있다. 결국 과하거나 세련되지 못한 휴머니즘만이 한국 SF 영화의 문제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SF 영화에는 큰 자본이 투입되기에 새로운 시도 보다는 기존의 공식을 따르는 시나리오가 채택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특수효과 등 시각적, 기술적 부분에 치중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분위기가 더해져 이야기에는 그만큼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기도 한다. 결국 화려한 옷을 입었지만 속은 진부하고 빈약한 뼈대의 SF 영화가 나오게 되는 환경인 것이다.

그러나 모든 한국 SF 영화가 이런 문제를 갖고 있다고 섣불리 일반화할 수는 없다. 역설적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직 우리나라에 SF 영화가 충분히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경향을 파악하기에는 절대적인 작품 수가 부족한 것이다. 미국 SF 황금기를 이끈 작가였던 시어도어 스터전의 말을 빌리자면, 어느 장르에나 뛰어난 작품보다는 모자란 작품이, 성공하는 작품보다는 관심을 받지 못하는 작품이 훨씬 많다. SF 또한 그렇다. 다종다양한 SF 영화가 만들어져야 경험이 축적되고, 더 과감하게 경계를 여는 작품도 시도할 수 있으며, 결국에는 성공 사례가 나올 수 있다. 또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칭찬이든 비판이든 관객들의 꾸준한 관심도 필요하다. 앞으로도 용감한 한국 SF 영화들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