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카와 타쿠보쿠 (엄인경 옮김)

더러워진 속세의 거친 바람에 나 분노하여,

외딴 집, 거친 바닷가의 침묵으로 빠져 들어갔네.

(….)

물가 닿지 못한 나날들,

정처 없이 생명 구하는 뱃길에, 어느 곳으로

내 영혼의 배 한 척 노 저어 향해야 하는가, 하고.

저녁 파도 울적하게, 바닥 없는 가슴속 고동,

그 음색, 소리 모두 불후의 조화로움으로,

휘말렸다가 부서지는 해 지는 이 짧은 순간….

가라앉은 해 나를, 나 또한 가라앉는 해를

응시하며 외치노라, 시작도 없는 어둠, 아니면

끝도 없는 빛이여, 모든 혼돈을 묻어 버려라, 라고.

속세를 등지고 “바닷가의 침묵으로 빠져 들어”간 시인. 그는 자신이 어디로 “노 저어 향해야 하는”지 모른 채로 바다 위를 표랑하는 고독한 배처럼 살아왔다고 서글퍼한다. 하나 “해 지는 짧은 순간”이 오자 시인은, 수평선 위 “가라앉는 해”를 응시하고는, “시작도 없는 어둠, 아니면/끝도 없는 빛”일 저 해에게 “모든 혼돈을 묻어 버”리라고 명령하듯 외친다. 그것은 자신의 음울해진 마음을 향한 외침이기도 하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