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희

종이 같은 마음

종이는 무엇으로 만드나

나무와 물과 빛으로

그리고

잉크로

물감으로

피로

침으로

땀으로

나의 뼈가 종이 같다는 말을 듣고

나는 종이가 견디는

말을 느꼈다

종이가 접혀 말을 감추는 소리를

알아챘다

뼈에 살이 달라붙는 집요함을 느꼈다

종이가 마음 같다는 비유는 종이는 마음의 표현인 글쓰기나 그리기가 이루어지는 판이 되어주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종이는 “잉크로/물감으로” 만들며, 나아가 “피로/침으로/땀으로”까지 만든다는 말이 이해된다. 그러면 “뼈가 종이 같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종이가 견디거나 감추어야 할 정도까지, “뼈에 살이 달라붙”듯이 집요하게 종이에 달라붙는 말을 의미한다. 아마 시의 말이 될 집요한 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