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한귀숙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울릉지부장
울릉 나리분지서 26년째 산마을식당 운영 ‘지역 1호 농가맛집’ 선정
옥수수·감자 등 직접 농사 지어 장사… 음식 연구로 한겨울엔 휴업
‘옥수수엿청주’ 연구개발 향토 음식 명인으로 100년 가업 잇고 싶어

한귀숙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울릉지부장

“울릉도를 더욱더 인기 있는 관광지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30년이 넘도록 울릉도 향토 음식을 연구하고 농산물을 직접 재배하고 그것을 재료로 만든 전통음식을 대외적으로 홍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한귀숙(69) 한국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울릉지부장.

울릉도에 5대째 살며 평생 농사를 지어온 천생 농부인 그는 울릉도의 오지 중 오지인 나리분지에서 26년째 농가맛집 산마을식당도 운영하고 있다.

농부로, 식당의 대표로, 사회단체장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일인다역의 현역인 한 지부장을 지난 10일 만났다.

-고향은 어디인지?

△울릉도 토박이다. 친정은 울릉도 사동이고 시댁은 이곳 나리분지다. 울릉도에서 나고 자라고 학교 다녔다. 울릉도에서는 도동, 저동, 사동을 나름 도시로 치는데 나리분지는 시골 중의 시골이다. 내가 결혼할 당시 육지로 가기는커녕 나리로 결혼해 들어간다니까 친구들을 포함 주위 사람들이 말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나의 선택이 참으로 옳았다고 지금도 믿고 있다. 결혼 전에는 내 땅이 없어 그저 산으로 가서 나물을 뜯어 파는 가난한 삶을 살았다. 시집을 오니까 직접 농사를 지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옥수수며 감자를 키우고 약초 재배도 하여 돈을 많이 벌 수 있었다.

-농사를 짓다가 어떻게 식당을 경영하게 되었나?

△농사를 지을 때 관광객들에게 먹을 것을 팔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풋옥수수를 따서 삶아 관광객들에게 팔아보았다. 의외로 수입이 좋았다. 잘 되던 약초 농사가 연작 피해에다가 중국에서 수입이 되면서 약초값이 폭락했다. 네 딸을 고등학교부터 육지로 유학 보냈다. 교육비도 많이 들었다. 농사 외의 다른 수입원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식당을 개업하게 되었다.

-경영 중인 식당이 경상북도 농가맛집으로 선정된 경위를 말해 달라.

△당시 농촌지도소로부터 농촌진흥청에서 하는 프로젝트인데 신청해보라는 전화가 왔었다. 서류를 제출했더니 현장실사를 왔다. 산에서 명이 씨를 받아서 밭에 뿌려 농사도 짓고, 삼나물로 회를 만들어 팔고 있었다. 다 하고 있었던 거라 막힘없이 답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울릉도에서 1호 농가맛집으로 선정되었고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 3일부터 내년 2월까지 산마을식당은 휴업을 하는데.

△한겨울에는 관광객들이 많지 않다. 나 또한 음식을 연구하고 휴식할 시간이 필요해서 매년 이맘때는 식당 영업을 하지 않는다. 그동안에 옥수수엿청주를 좀 더 연구할 계획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만들던 옥수수엿청주를 기억해서 ‘맛의 방주’에 신청해 국제슬로푸드협회 ‘맛의 방주’에 등재하긴 했지만, 울릉군 대표 관광 상품으로 개량하기엔 아직 연구할 게 많다. 옥수수엿청주 명인이 될 때까지 많은 공이 필요하지 않겠나.

-옥수수엿청주 외에 섬말나리와 울릉홍감자도 국제슬로푸드협회 ‘맛의 방주’에 등재됐다.

△이곳 나리분지의 지명은 섬말나리에서 유래한다고 들었다. 옛날에는 울릉도 개척민들에게 나리 뿌리가 구황작물이라는 것도 들었다. 어렸을 때 섬말나리 뿌리를 캐어 먹었던 기억도 있다.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섬말나리가 딱이다 싶었다. 2013년 울릉도 칡소와 함께 ‘맛의 방주’에 등재되었다. 울릉홍감자는 2014년에 등재되었다. 감자 농사를 지었는데 한해 병으로 강원도감자는 모두 죽는데 홍감자는 죽지 않았고, 연구를 의뢰해 울릉도 토종으로 인정받았다.

-이제껏 가장 보람된 일은?

△섬말나리를 ‘맛의 방주’에 등재하고 국제슬로푸드 본부가 있는 이탈리아에 가서 음식 시연을 한 거였다. 대한민국에서도 동쪽 끝 작은 섬 울릉도, 그중에서도 가장 시골인 나리분지에 살고 있던 내가 나의 존재감을 알릴 수 있었던 일이었다. 또 하나는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울릉지부장으로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봉사하면서 미래세대에게 좋은 먹거리를 전수해 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지난 11월 25일, 우리 슬로푸드울릉협회가 울릉군민상 단체상을 받기도 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앞으로의 계획으로는 지금 식당을 100년 가게로 잇고 싶다. 지금 맏딸이 열심히 나를 도우면서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다. 외손자가 음식 만드는 걸 즐기니 3대까지 가면 100년 가게가 되지 않겠나. 옥수수엿청주를 울릉도만의 토속적인 음식으로 더욱 연구 개발하여 울릉도 향토 음식 명인이 되고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맛집으로 평가받았으면 하는 욕심도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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