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는 학교폭력(학폭)이 발생하면 피해·가해학생 조사를 교사가 아니라 ‘학폭 전담 조사관’이 담당한다. 교사가 학폭부담에서 벗어나 본연의 기능인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학폭 전담 조사관은 내년 3월부터 전국 177개 교육지원청에 2천700여 명 배치된다. 수사·조사 경력이 있는 퇴직 경찰이나 학폭·생활지도 경력이 있는 퇴직 교원을 대상으로 위촉하며, 각 교육지원청별로 약 15명씩 근무한다. 2004년 학교폭력예방법이 생긴 이후 20년 만에 학폭 처리 방식이 대폭 바뀌는 것이다.

앞으로 학폭처리 절차는 전담조사관이 조사를 한 후 결과를 학교장에게 보고하면, 학교에서 자체 해결 여부를 결정한다. 학폭 당사자간 합의처리가 안돼 자체해결이 어려울 경우에는 사건을 교육지원청의 ‘학폭 사례 회의’로 보낸다. 사례 회의에는 조사관과 학교 전담 경찰관, 변호사 등이 참석하는데, 1차 조사 결과를 보완해 교육지원청의 ‘학폭 대책 심의위원회’에 넘긴다.

그동안 교사들은 학폭 조사 과정에서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협박에 시달리며 엄청난 고통을 겪어왔다. 사실상 혼자서 피해·가해·주변 학생을 조사하고 객관적 사실을 입증할 자료도 수집해야 했다. 정당한 조사인데도 온갖 민원이나 시달림을 받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내년부터는 전담 조사관이 학폭 사건을 조사하기 때문에 교사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

문제는 학폭 사건 조사를 공권력에 맡기는 게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냐는 것이다. 피해·가해 학생을 경찰에 넘겨 조사를 받게 하는 것 자체가 학생·학부모 모두에게 큰 스트레스다. 경미한 학폭 사건에도 조사관이 나서면 원만한 해결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우리사회 전체적으로 교사를 학폭 사건 조사업무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합의는 충분히 이루어져 있다. 무슨 정책이든 장·단점이 있고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 앞으로 학폭 전담 조사관제도 시행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면, 즉각적인 보완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