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하

아직 살아 있구나 늦지 않았어 너덜거리는 자루 가득 장작을 메고 오가는 밤의 노역은 불을 지키는 시간 (….) 나는 불을 지키는 자, (….) 나는 이름 없이 늙어 가는 가난한 노파 불을 살피느라 언 몸을 녹일 수 없다 꺼져 가는 불씨를 살려내고 문 밖으로 나서면 얼굴을 찢는 바람뿐 어떤 날은 별도 뜨지 않아 캄캄한 숲을 비틀거리며 걷는다 뜨겁고 차가운 것이 이생의 일인지도 잘도 자는구나 장작이 타는 소리 꿈속에서도 들리는지 재가 되어 가는 소리다 담요를 걷어차고 잠든 걸 보니 오늘도 나의 불길은 뜨거웠구나

‘테를지’는 몽골의 국립공원이다. 이곳의 어떤 노파는 “바람에 넘어진” 장작을 모아 불을 피우고 관리하는 “불을 지키는 자”다. 그녀의 노역을 통해 숙소의 방은 따듯해져, 방안 사람들은 “담요를 걷어차고 잠”들 수 있다. 하나 정작 자신은 “불을 살피느라 언 몸을 녹”이지 못한다. 저 노파는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만큼 중요한 일을 한다. 불을 꺼트리지 않고 “불씨를 살려내”는 일을 하니 말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