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용

눈이 퇴화한 개미들은 더듬이로 산다

보지 못해도 큰 불편 없다

쉬지 않고 움직이는 더듬이

쉬지 않고 어디론가 가는 개미들

개미들을 생각하면 몸이 가렵다

더듬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눈을 빼버릴 놈!

그런 말을 듣지 않아도 눈은 멀어진다

오로지 돈에 눈먼 세상에서

욕심으로만 빛나는 눈을 감아본다

홀로 눈 떠 길을 더듬는

개미 한 마리 따라간다

살날이 가깝고도 멀다

살아가라, 단지 뜨거운 것은 그뿐이다 (부분)

“돈에 눈먼 세상에서” 밝혀 있는 눈은 “욕심으로만 빛”날 뿐이다. 그 세상에서는 돈밖에 보이지 않을 터, 하여 돈의 길과는 다른 길을 가기 위해서는 “눈을 감아”야 한다. 시인이 “눈이 퇴화”해도 더듬이를 통해 “쉬지 않고 움직이는” 개미들을 생각하고는, “길을 더듬는/개미 한 마리 따라”가는 것은 그 때문이다. 눈먼 세상에서 그 개미는 “홀로 눈 떠”있는 이로, 오직 “살아가라”는 명을 뜨겁게 실행하고 있기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