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산

첫 일터 메리야스 공장 재단기에 한 가락 해 먹고

재활용 분리수거 컨베이어에 한 가락 해 먹고

부품 공장 검사반에 왔다는

하얀 장갑 규석 씨

한 가락 없어도

메리야스 재봉 일 할 수 있지만

한 가락 없어도 재활용 컨베이어 분리수거 영락없지만

손끝에 눈금자가 새겨지도록 손끝에 저울추가 박히도록

뼈가 곧아버린 시간을

살이 해어지는 시간을

마음이 굳어지는 시간을

흘러서 굴러서 떠밀려서 왔다는

하얀 장갑 규석 씨 손가락은 세 가락 (부분)

‘공장 재단기와’ ‘분리수거 컨베이어’에 손가락이 잘려 손가락이 세 가락 남은 어떤 노동자의 삶. “흘러서 굴러서 떠밀려서” 여기까지 왔다는 그는 “손끝에 저울추가 박히도록/뼈가 곧아버”리고 “살이 해어지는” 노동의 시간을 살아야 했다. 그 시간 동안 마음도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몸과 마음에 노동 시간이 박혀버린 삶, 한국사회가 그가 해온 노동처럼 자르고 분리수거하고자 하는 노동자의 삶이 여기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