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경북대 교수
김규종 경북대 교수

얼마 전에 유쾌하기도 하고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내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이 ‘변리사(辨理士) 시험’에 합격했다는 글을 보내왔다. 참 잘 됐구나, 생각하면서 학생에게 답신을 보냈다. 12월 초부터 수업에 들어오지 못하게 된 학생의 졸업을 막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것이 골자다. 더욱이 1년에 고작 200명 선발하는 어려운 시험에 붙었다는 말에 나 역시 힘이 솟고 기분도 좋아지는 것이다. ‘경북대 파이팅!’ 하고 속삭인다.

나는 그에게 변리사와 변리사 시험에 관해 10분 정도 후배들에게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백면서생(白面書生)인 나도 변리사가 어떤 직종인지 알지 못한 까닭이었다. 그는 A4용지에 발표 자료를 빼곡하게 준비해왔다. 거기서 느낀바 가운데 한 가지 사실을 이 글에서 독자 제현께 전하고 싶다. 돈 얘기라서 유쾌하진 않지만, 그래도 나라를 생각하는 애국 독자들은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변리사 초임 연봉은 6천500만원에서 7천만원 사이라 한다. 해마다 1천만원 정도 연봉이 오르기 때문에 몇 년 안에 억대 연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요즘 적잖은 청춘들의 욕망이 돈에 쏠려 있는 형편이어서 변리사 초봉 자료는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러다 문득 경북대 신임 교수들의 연봉이 떠올라 의기소침해지고 말았다. 독자 여러분은 국립대 교수 초봉이 얼마나 되는지 아시는지 모르겠다.

주지하듯이 교수가 되려면 적어도 20년 가까이 공부해야 한다. 외국 어문학이나 철학 혹은 역사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라면 해당 국가에 유학을 다녀와야 하는 것은 불문율(不文律)이다. 당연히 유학에 들어가는 비용은 거의 자부담이다. 유학을 마치고 박사학위를 받고 시간강사를 거쳐서 마침내 전임 자리를 얻기까지 몇 년 시간이 다시 흐른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경제 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처음부터 교수직을 아예 포기하는 실정이다.

40대 초중반에 교수가 되는 사람도 있지만, 50이 넘어서 교수로 초빙되는 경우도 심심찮다. 문제는 그들이 받는 경제적 처우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사실이다. 경력이 많지 않고, 군에도 다녀오지 않은 여교수나 면제를 받은 교수 초봉은 연 4천에서 5천 사이가 대다수다. 실수령액이 월 350만 원 안팎이라는 얘기다. 이런 정도의 봉급을 받고 무리 없이 가정을 꾸리고, 연구와 강의, 사회봉사를 할 수 있는 교수는 많지 않다.

교수와 교수직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책임 의식은 날로 강조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처우개선은 이뤄지지 않은 편이다. 31년 전인 1992년 도이칠란트의 중견 인문학 교수가 월봉 450만원을 받을 때, 나는 100만원이 되지 않는 봉급을 받았다. 당시 도이칠란트의 국민소득은 오늘날 대한민국보다 적었다. 하지만 그들은 국가의 장래를 짊어진 청년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에게 최고의 경제적 대우와 사회적 지위를 보장했다. 물론 지금도 그러하다.

모든 것을 미국 표준으로 만들어가고 싶은 게 우리나라지만, 선진국으로 제2의 도약을 꿈꾸려면, 이제라도 국립대 교수들의 경제적인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