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철

마음속으로 점점 뿌리가 깊이 내리면서

뿌리 깊은 나무

세월의 바람에 한 치도 흔들림 없이

자신을 비워갔다

(중략)

울림으로 가득 찬,

당신의 저 뿌리 깊은 빈방에

물수제비뜨듯 돌멩이를 던지자

파문처럼 번져오는

꽃 좋고 열매 많던 시절들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샘이 깊은 물처럼

겹겹의 나이테들을 하나로 아우르며

메마른 나의 꿈속에까지 고여 오는

샘이 깊은 당신의 빈방

마음속에 깊이 뿌리내린 나무. 그것은 사랑하는 당신에 대한 기억 아닐까. 그 기억의 나무는 “세월의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동시에, 특이하게도 자신을 비워간다. 하여 그 비워지는 나무-당신-는 “샘이 깊은 물처럼” “울림으로 가득 찬” ‘빈방’이 되고, 이 “빈방에/물수제비뜨듯 돌멩이를 던”지면 “꽃 좇고 열매 많던 시절들”이 “메마른 나의 꿈속에까지 고여 오”는 것, 마음속 뿌리내린 사랑은 이렇게 존재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