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복희

처서 지났으니

시간이 훨훨 날아가겠지

아침저녁으로 율량동공원에 뒹구는

찬바람도 발 끝에 채이겠지

어떻게 살아 낼까 베일 듯 버틴 시간도

녹슨 칼끝 같아

여전히 월요일의 가중치는

감기기운처럼 떨어지지 않아도

또 한 주일은 지나가겠지

두려움은 발아래 슬쩍 눌러두고서

눈인사를 해야지

안녕 ‘월요일’

용기 내 마주할 테니

순하게 지나가거라

‘처서’ 지나 가을이 오고, 시인은 이제 더위를 벗은 시간이 “훨훨 날아가”리라고 기대한다. 사실 ‘월요병’에 시달리며 밥벌이에 지친 이들에게 경쾌한 시간은 오지 않는다. 하지만 시인은 애써 그러한 기대를 품고 “감기기운처럼 떨어지지 않”는 월요일을 맞이한다. ‘한 주일’이 바람처럼 ‘지나가’리라 기대하면서, 그렇게 시인은 월요일을 “용기 내 마주”하는 것이다. 주말만 오기를 기다리는 우리들의 서글픈 자화상.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