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균

누우면 멈추는 시간

직립을 고집하는 시간이 있지

하룻저녁에 바람이 산을 옮기고

좌표를 잃어버린 낙타들은

고개를 숙이며 걷는다

안구에 바람이 들어차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이곳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을 것은 거짓말뿐

‘당신이 있어 사막이 아름답다’는

그 거짓말이 수많은 혀가 되어

유성처럼 떨어지는

적막한 직립의 시간

사막에서 “고개를 숙이며 걷는” “좌표를 잃어버린 낙타들”은 우리 자신의 모습 아닌가.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사방은 모래뿐이요, “안구에 바람이 들어차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우리들. 하나 이곳의 시간은 “누우면 멈추”기에, 직립하여 길을 계속 걸어야 한다. 이때 유성이 하늘을 가르며 사막을 빛낸다. 그 유성은 ‘당신이 있어 사막이 아름답다’는 거짓말, 이 거짓말이 그래도 사막의 삶을 견디게 해주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