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림

여기도 뺏기면 어디로 가나

막막하여 하늘을 본다

공항을 나는, 하늘을 뺏긴 새들

1분마다 뜨고 내리는 비행기 엔진에

순식간에 한 생애가 빨려든다

공중분해 되어버린 새의 조각난 몸

흔적 없다

지상에도 지하에도

어디에로 편입되지 못한 무소속의 엉거주춤

서지도 앉지도 못한 회색 중간지대에

짧은 햇살이 지난다

기죽어서 욕심내어보는 한 줌 햇살

언젠가는 온전히 품으리라

차곡차곡 접어 넣는 눅눅한 희망

반지하 방으로 밀려난 사람들. 시인은 모두 사연이 있을 그들을 “비행기 엔진에/순식간에 한 생애가 빨려”들어간 새들로 비유한다. 비행기 엔진은 자본주의의 거대한 힘과 그 냉혹한 메커니즘을 상징한다. 새처럼 순진한 이들은 이 메커니즘에 빨려 들어가 산산조각 나는 것, 하지만 시인은 이들이 지하방에 내리는 ‘짧은 햇살’을 “언젠가는 온전히 품으리라”는 ‘눅눅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