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박현숙 부장판사가 포항시민들의 인기스타로 떠올랐다. 박 판사는 경산 출신으로 대구 남산고와 경북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2004년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8년 대구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중앙지법, 서울서부지법 등을 거쳤으며, 올 2월부터 포항지원에서 재직하고 있다. 2020년 3월 발생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 그동안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사건을 여럿 맡았다.

포항시민 4만7천850명은 지난 2019년 3월 정부조사연구단이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으로 인한 촉발지진”이란 결론을 내리자, 그해 9월 본격적으로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지진 직후 결성된 범시민대책본부가 첫 소송을 한 시기는 2018년 10월이다. 집단적으로 소송을 제기한 지 4년 넘게 1심 재판이 지연되자 포항시민들도 그동안 지친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박 판사가 지난주 “피고(국가와 지열발전사업 관련기관)가 원고에게 200∼3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하면서, 지루하게 전개되던 1차 소송전이 일단락된 것이다. 재판쟁점은 지열발전과 지진 사이에 인과관계 성립여부였다. 재판부는 정부조사연구단과 감사원 감사 결과 등을 근거로, 정부나 지열발전사업 관련기관에 주의의무위반으로 인한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아직 소송당사자인 원고와 피고의 항소·상고심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1심 판결이 유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만약 1심판결이 유지된다면 50여만명에 이르는 포항시민들은 모두 1조여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배상을 받게 된다. 이번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45만여 명의 시민도 소송을 제기해야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대부분 소멸시효 전 추가소송을 할 것으로 보여 소송대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됐다. 피곤한 소송전이 진행되겠지만, 포항시민들이 항소심에도 잘 대처해서 지진으로 인한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조금이나마 보상받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