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대구에서는 10대 여학생이 2시간 동안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아 헤매다 구급차 안에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쳐 일어난 이른바 뺑뺑이 응급환자의 전형적 사례로 알려지면서 국민적 비난이 높았다.

이 사건 후 대구시는 지역응급의료체계에 대한 전면 점검에 나섰고 시민이 신속하고 적절한 응급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구 책임형 응급의료대책’을 추진했다. 대구시의 책임형 응급의료대책은 환자 이동에서 진료까지 전 과정을 포괄하는 영역의 기관이 모두 모여 공동의 합의안을 마련한 것. 이른바 대구 응급환자 이송·수용지침을 현장에 적용하고 모두가 따르기로 한 것이다.

기존에는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119구급대가 전화로 의료기관의 수용가능 여부를 의뢰했으나 이번 조치로 초응급환자는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이송병원을 선정, 통보하고 의료기관은 환자를 수용하도록 했다. 응급의료체계가 환자중심으로 바뀌면서 현장에서 일어나는 뺑뺑이 상황이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119구급대가 응급증상으로 분류한 환자가 병원에 수용되기까지 10분 넘게 걸리던 것이 지침 시행 후 26%가 준 것이다. 또 준응급으로 분류된 환자도 10분 이상 소요된 경우가 16% 줄었다. 일반적으로 뺑뺑이 환자를 줄이기 위해선 의사 수 증원과 병상 확충 등 인프라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구의 책임형 응급대책에서 보여준 것처럼 지역기관 간 네트워크를 통한 응급 대응력이 성과를 낸 것은 매우 유의미한 결과다.

물론 의사 수를 늘리고 병상을 확충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시간괴 비용이 소요되는 문제가 있다. 대구시의 경우처럼 대구시와 소방본부 등 관련기관이 머리를 맞대 대응책을 마련한 것은 타 지역도 본받을 일이다.

대구의 책임형 응급의료체계는 환자중심이란 발상 전환에서 비롯됐다. 의료체계의 근원적 보완이 있어야겠지만 대구의 책임형 응급체계가 모범적으로 운영돼 타 지역에 벤치마킹되고 뺑뺑이 환자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