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연일 충돌하면서, 당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저께는 2호 혁신안인 ‘당 주류 험지 출마론’을 놓고 인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까지 언급하면서 갈등 양상이 한층 커지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혁신위 공중분해설까지 나오고 있어 총선을 앞둔 당 미래가 걱정이다.

인 위원장은 지난 15일 YTN 라디오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소신껏 맡은 임무를 거침없이 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이 ‘윤심’까지 내세우면서 ‘당 지도부·중진·친윤 인사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 권고안 수용을 압박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거리를 두고 지켜보고 있다”고 했지만, 여권에서는 인 위원장의 언행에 ‘윤심’이 실제 담겨 있다는 해석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이와관련, “당 지도부가 총선을 종합 예술 차원에서 잘 지휘해 나갈 것”이라고 응답했다.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김기현 지도부 해체’나 ‘혁신위의 비대위 전환’ 관측을 일축한 것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현 지도부 체제로는 내년 총선승리를 위한 혁신이나 변화를 추구할 수 없다는 인식이 상당히 강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그저께 SNS에 “혁신안을 수용하고 당을 새롭게 하라. 그래야 그나마 내년 총선이라도 해볼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12월 초 정기국회가 마무리되고, 12월 12일부터는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기 때문에 인적 쇄신 당사자들이 조만간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혁신위가 그동안 ‘화합과 희생, 미래’라는 키워드로 발표한 과제들은 상당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특히 보수·진보 양 진영에 거부감을 가진 청년층과 중도성향 유권자들이 혁신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은 여당으로선 고무적이다. 이제 내년 총선이 5개월도 남지 않았다. 머뭇거리고 있을 여유가 없다. 여권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 주려면 당 중진들부터 혁신안을 과감하게 수용해야 한다. 그래야, 민심이 움직인다.